[사람과 삶]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사람과 삶]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 광양뉴스
  • 승인 2023.12.23 17:51
  • 호수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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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들었다. 어느 중학교에 강의하러 갔다가 남학생한테서... 

- 남학생 : “여성가족부는 없어져야 돼요”

- 나 : “그래? 왜?”

- 남학생 : “.....”

- 나 : “여성가족부에서 하는 일이 뭔지는 알아? 여성가족부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뭔 주장을 하려면 공부를 좀 하고 해야지, 무턱대고 지르면 편의점 알바생 머리카락이 짧다고 ‘페미’라며 폭행하는 것과 뭐가 달라? 또 양궁선수 머리카락이 짧다고 ‘페미’ 운운하면서 메달 내놓으라고 하는 거랑 뭐가 달라?”

- 남학생 : “에~이, 우리는 그 정도는 아녜요. 그건 일베들이나 하는 짓이죠~헤헤”

- 나 : “그러면 이 녀석들아, 여성가족부 어쩌고 하기 전에 그런 못난 찌질이들부터 청소해야지. 그러고 나서 여성가족부가 할 일 제대로 못하면 뭐라고 해도 해야 되지 않것냐?”

- 학생들 : “네에~!”(머리긁적)

김양임<br>.광양ywca이사<br>.국방부/여성가족부 양성평교육진흥원 전문강사<br>
김양임
.광양ywca이사
.국방부/여성가족부 양성평교육진흥원 전문강사

이 녀석들이 생각하는 ‘여성가족부’와 ‘페미’는 대체 어떤 의미이길래 이런 적대감을 갖고있는 것인지, 갈수록 초등학교 꼬꼬마들한테까지 심화되는 분위기이다.

좀 오래됐지만 일 년에 한 번씩 여성단체들이 모여 한 해의 활동들을 평가하고 여성관련 주제를 놓고 강연도 듣는 자리에서 축가를 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도 행사 몇 주 전에 축가 부탁을 받고 ‘당신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라는 그 해의 주제에 맞춰 <꽃구름 속에>라는 가곡과 <저 들의 푸르른 솔잎처럼>을 준비했고, 노래하기 앞서 간단하게 멘트를 했는데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흔히 여성을 꽃으로 비유합니다. 여러분도 동의하십니까? 여성을 꽃으로 비유하는 그것을 오늘은 보편적인 남성의 시각에서 보는 화초의 개념이나 구색을 맞추기 위한 존재라는 수동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열매를 품고 결실을 꿈꾸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존재로서의 꽃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사과 속의 씨앗은 누구나 셀 수 있지만 그 씨앗 속의 사과가 몇 개인지는 신만이 아시지 않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은 분명히 꽃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해서, 때아닌 겨울에 꽃을 노래하려 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분들의 희생과 투쟁과 노력으로 ‘여성의 인권’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까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한 남성 중심적인 시각과 인식은 때로는 넘기 힘든 견고한 벽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여전히 여성은 남성의 영향력 아래, 남성의 필요에 의해서 존재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의 벽~

인간에 대한 개념은 그 시대적 배경과 지역에 따라 다르다.

특정한 사회가 어떤 조건의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에 따라 인간으로서의 권리인 인권은 달리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흔히 ‘여성과 인권’, ‘여성과 해방’이라는 문제 제기는 많지만 ‘남성과 인권’, ‘남성과 해방’이라는 이슈는 제기되지 않는다. 이는 기존의 언어가 젠더화되어 있어서, 이미 인권은 남성의 인권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사회의 상식, 언론매체, 통념, 법과 정책, 지식 사회 등 모든 인식 체계에서 인간은 성 중립적인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인권은 사회적 투쟁 속에서 경험하는 매우 정치적인, 움직이는 역동성 가치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 인권 의제로 상정되고 논의되는 것은 약자의 위치에 있던 당사자들의 투쟁의 산물이다. 여성의 인권 문제가 세계인권문제의 중심적 과제가 되기까지에도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과 오랫동안 여성의 권리를 위해 역시 투쟁해 온 여성운동의 성과에 힘입어서이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먼가?

각기 고유의 색깔과 향기를 지닌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잠재력을 건강하게 발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가 조화롭고 다양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