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내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들꽃산책] 내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 광양뉴스
  • 승인 2024.01.05 18:14
  • 호수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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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명순천제일대 교수
김대명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대학에서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묻곤 한다. “여러분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태어나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생활하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라고 말이다.

입시경쟁 등이 비교적 약하고 교육 및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주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온라인 게임 중 리얼라이브즈(RealLives)는 약 193개국의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레이어들이 자신이 살아보지 않은 여러 국가에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양한 역할 놀이를 하는 것이다.

본 게임은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이해하고 타인의 삶에 대해 공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궁극적으로는 문제 해결 능력의 기초가 되는 글로벌 공감 능력 증진 및 세계 시민의식의 개선을 기대하고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리얼라이브즈는 인생 자체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주요 키워드를 살펴보면, 공감(Empath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체인지메이킹(Changemaking)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미래 사회를 대비한 역량 강화를 꾀한다.

앞으로 인류가 당면한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시민과 기업, 사회와 국가가 어떻게 해결한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모색한다.

전 세계 교사들이 교육 과정에 해당 게임을 도입하였고 체인지메이킹 과정들을 온라인 플랫폼에 공유하며 통합 러닝 시스템 모델로도 구축되고 있다.

플레이어들이 경험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넓다. 변호사, 컴퓨터 제작자, 소작농, 공장 노동자, 경찰관 등과 같은 직업까지 경험학습이 가능하다.

제 3세계와 같은 의료 상황이 열악한 나라에 태어나면 성인이 되기도 전에 일찍 죽을 수도 있다.

만약 제3세계 국가의 청소년으로 게임을 한다면 그 캐릭터는 평균적인 사회경제적 환경 수준, 건강 통계치 등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는 문화, 지리적 위치, 기회 등이 삶에서 어떤 비중으로 작용하는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또한 게임을 통해 각종 자연재해, 전쟁, 질병, 교통사고 등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에 직면하기도 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의 삶에서 만나게 되는 역경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의사이자 게임의 설립자인 파락 만키카는 아프가니스탄 등의 테러 현장에서 의료 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목격한 인물이다.

그는 “어린이들은 그저 특정 과목만 학습할 뿐, 삶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면서 “그래서 현실을 반영한 게임으로 괴리를 좁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창업 계기를 밝히기도 하였다.

게임의 사용자인 데이비드 라보리(David Laborie)는 “이 게임은 나로 하여금 두 번째 인생을 살게 해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캐릭터로 플레이를 했는데 그가 죽었을 때 나 역시 슬픔에 눈물이 흘렀다”고 말했다.

현실 세계를 구현한 게임이다 보니 어느 지점에선 플레이하는 캐릭터와 자신의 삶이 유사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는 게임이 지닌 오락적인 요소와 함께 교훈적인 부분까지 전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나라의 공교육에서 공식적으로 이를 채택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지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삶을 간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혀주고 편견을 없애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책에서 보았을 때 와 닿지 않던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024학년도 이 앱을 활용하여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훨씬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