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안전은 물론 재난 상황 역할 다하겠습니다”
“시민 안전은 물론 재난 상황 역할 다하겠습니다”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4.01.12 18:29
  • 호수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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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동부권 최초 여성소방서장 정강옥 서장

 ‘소방관’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직업을 꼽으라면 단연코 소방관일 것이다. ‘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늦게 나온다)의 문구를 신조로 삼고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 일선에서 헌신하는 소방관은 늘 시민들의 존경을 받는다. 

15만 광양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광양소방서장에 올해부터 새로운 인물이 부임했다. 전남 동부권 최초 여성소방서장으로 취임한 정강옥 광양소방서장이다. 이에 <광양신문>이 직접 만나 광양소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남 동부권 최초의 여성소방서장인 정강옥 서장은 1985년 소방에 첫발을 내딛었다. 누구나 그러하듯 제복 공무원에 로망을 가졌다는 그는 처음엔 경찰 공무원을 준비했었다. 당시 ‘여성소방’은 생소한 분야였으나 우연한 기회에 지인으로부터 소방도 여성을 채용한다는 이야길 듣고 소방관 시험을 준비했다.  

38년 소방생활을 거쳐 여성 소방서장까지 올랐지만 힘든 순간도 많았다. 입직할 때는 전남·광주를 통틀어 여성소방관이 채 10명도 되지 않았다. 출산 휴가도 1개월만 주어졌고 별도의 휴직도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많은 ‘후배’들이 큰 힘이 됐다. 1995년 구급대원을 선발하면서 여성 채용이 늘어나자 후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더욱 힘썼다. 점차 직급이 올라가면서부터는 여성소방공무원을 대표하는 위치에서 마음가짐과 몸가짐, 행동거지 등에서 본보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정 서장은 “저를 대신할 수 있는 후배들이 많이 배출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업무에 접목해서 소방업무 특성상 중요한 상호 신뢰와 단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팀웍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광양소방서가 지난해 11월 다중이용시설인 대형마트를 찾아 119소방체험장을 운영했다.
△ 광양소방서가 지난해 11월 다중이용시설인 대형마트를 찾아 119소방체험장을 운영했다.

 

소방 쉽지 않은 지역, 광양

소방에 근무해온 긴 시간 중 2003년 태풍 ‘매미’는 그에게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겼다. 소방위로 승진한 이튿날 당직근무 중 여수를 강타한 것이다.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와 화재 등 수많은 신고가 접수됐지만 여수 전역이 물에 잠긴 탓에 출동할 수조차 없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사고 현장을 수습하며 현장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고, 이후 6년간 센터장을 수행하면서 현장활동 경험을 쌓아왔다. 

이렇게 소방 베테랑인 정강옥 서장에게도 광양은 소방에 쉽지 않은 지역이다. 산이 많아 산불도 잦은데다 강과 계곡을 끼고 있어 수난사고도 간과할 수 없다. 국가산단도 자율방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지만 종종 벌어지는 사고가 있어 늘 경계 대상 1호다. 화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조·구급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 

정 서장은 “산업단지는 안전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고 자율적인 체계가 있어 비교적 걱정이 덜 되지만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산지에 위치한 주택화재 예방이 큰 걱정”이라며 “간이스프링클러와 골목길소화기 등 초기 화재 진압을 위한 설비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11월, 광양소방서가 중동 e편한세상 아파트에서 고층건축물 화재진압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 지난해 11월, 광양소방서가 중동 e편한세상 아파트에서 고층건축물 화재진압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올해 광양소방서 ‘세 가지 목표’

광양소방서는 그가 취임하고 나서 크게 세 가지를 목표로 삼았다. 

첫째로 이태원사고 이후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난해 광양시민 20%에 해당하는 3만명 가량을 교육한 데 이어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교육계획을 세웠다. 특히 혁성실업(주)에서 지원해준 차량 덕분에 수월한 교육이 가능해졌다. 

두 번째로 고령사회가 심각해지면서 찾아가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인 ‘119생활안전순찰대’ 운영을 강화한다. 기초생활수급자나 독거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찾아 각종 소방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서비스로 화장실 미끄럼 방지패드 설치, 형광등 교체, 가스렌지 안심 잠금장치 설치 등 생활 전반에 대한 도움도 주고 있어 시민들의 만족도가 크다. 시행 2년이 조금 지났는데 벌써 1000가구에 1만 건의 실적을 거뒀다. 

마지막으로 아파트 화재시 달라진 대피요령 홍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최근 아파트 화재사고로 인명 피해가 늘어나면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화재 피난요령’을 새롭게 작성해 배포했다. 무작정 대피하다가 연기 질식 등을 겪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4가지 상황에 대한 피난행동요령이 마련됐다. 공동주택 화재는 대형 인명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리사무소와 입주자 등을 찾아다니며 최대한 교육과 홍보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정 서장은 “소방은 국민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위급할 때 언제라도 달려가는 시민지킴이”라며 “광양소방서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광양시민의 안전뿐만 아니라 광양시를 찾는 방문객의 안전까지 촘촘히 챙기는 감동 소방행정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