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오서지기(鼯鼠之技): 날다람쥐의 재주
[고전칼럼] 오서지기(鼯鼠之技): 날다람쥐의 재주
  • 광양뉴스
  • 승인 2024.04.06 11:58
  • 호수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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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개발서 작가
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개발서 작가

여러 가지 재주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쓸 만한 재주가 없는 때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다.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한 순자(荀子)는 학문을 꾸준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노력하라고 하면서 《순자荀子》<권학勸學> 에서 이렇게 말한다. 

『흙이 쌓여 산이 이룩되면 바람과 비를 일게 된다. 물이 모여 못이 이룩되면 교룡(蛟龍)과 용이 생겨난다. 선함이 쌓여 덕이 이룩되면 자연스럽게 신 같은 총명을 얻게 되고 성스러운 마음이 갖추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반걸음이 쌓이지 않으면 천리 길을 갈 수 없고, 작은 흐름이 쌓이지 않으면 강과 바다를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천리마도 한번 뛰어 열 걸음을 갈수 없고 둔한말도 열배의 힘을 들여 수레를 끌면 천리마를 따를 수 있다. 

공이 이룩되는 데는 중단하지 않음이고, 칼로 자르다 중단하면 썩은 나무도 자를 수 없으며, 중단하지 않는다면 쇠나 돌도 자를 수 있다. 

지렁이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과 힘센 근육이나 뼈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위로는 티끌과 흙을 먹고 아래로는 땅속의 물을 마시는데, 그것은 한결같은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게는 여덟 개의 발에다 두 개의 집게를 가지고 있지만 장어의 굴이 아니면 의탁할 곳이 없는 것은 산만하게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굳은 뜻이 없는 사람은 밝은 깨우침이 없을 것이며, 묵묵히 일하지 않는 사람은 뛰어난 업적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네거리에서 헤매는 자는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고, 두 임금을 섬기는 자는 아무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두 눈은 각기 두 가지를 보지 않기 때문에 밝게 보이고, 두 귀는 각기 두 가지를 듣지 않기 때문에 분명하게 듣게 되는 것이다. 

등사(螣蛇)는 발이 없어도 날 수 있으나, 오서(鼯鼠)는 다섯 가지 재주가 있어도 곤경에 빠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항상 단단해야만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순자는 날다람쥐의 다섯 가지 재주를 예로 들어 말한다. 날 수는 있지만 지붕 위 까지 오르지 못하며, 나무에 기어오를 수는 있지만 나무 꼭대기에는 이르지 못하며, 헤엄을 칠 수는 있지만 골짜기는 건너지 못하며, 구멍을 팔수 있지만 몸을 숨기지는 못하며, 달릴 수는 있지만 사람보다 빠르지는 못하다. 

여기서 유래하여 오서(鼯鼠)는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지만(之技) 실제로 특별하게 잘하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2300여년전 ‘성악설’을 주장했던 위대한 학자 순자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설령 재주가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내가 좋아하는 것에 힘쓰면 하고자 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재주가 있다고 해도 노력이 분산되면 크게 성공하지 못하지만 재주가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힘쓰고 노력하면 큰 성과를 나타낸다는 말이다. 

이 시대에 리더로서 이름을 날린 학력 파괴자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삼성 창업자 이병철 전 회장 현대 창업자 정주영 전 회장을 비롯해 이외수, 유재석, 서태지, 이청용, 이세돌,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각각 한 분야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외국에도,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래리 엘레슨, 마이클 센델, 등등이 있는데 이들에게는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정규 교육으로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다. 그 이유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또는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전문가들은 한 결 같이 말한다.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앤젤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는 《그릿(Grit)》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과 나쁜 아이의 차이는 IQ가 아니라 ‘투지와 끈기’ 그리고 ‘불굴의 의지’라고 말했다. 이 모두를 아울러 ‘그릿’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에게 ‘저 사람은 뭔가 특별한 점이 있겠지, 저 사람은 유전적으로 타고 났어.’ 하면서 출신 배경이나 타고난 재능에 포커스를 맞추며 선을 긋고 사람을 본다. 

그러나 더크워스는 분야에 상관없이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굳건한 결의를 보인 두 가지 특성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대단히 회복력이 강하고 부지런 했다. 둘째는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단력과 나아갈 방향을 확실하게 잡고 있었다. 

즉 성공의 주요인은 열정과 끈기가 결합되었을 때 이루어진다고 본 것이다. 누구든지 목적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면 이루고자 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