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그 밥에 그 나물
[현장에서] 그 밥에 그 나물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4.05.07 08:30
  • 호수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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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기자
김성준 기자

정인화 시장의 세 번째 시민과의 대화가 마무리됐다. 

정 시장은 전년보다 한층 더 발전했다. 곤란한 질문은 능숙하게 피해갔고 내용 파악이 부족하다 싶으면 과감하게 실국장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담당 국장과 민원인의 일정을 직접 잡아주면서 신뢰를 높였으며 너스레를 주고 받는 여유로운 모습도 보였다. 3년째에 접어든 관록 있는 대처가 여러 차례 눈에 띄었다. 

정 시장의 대처와는 별개로 이번 시민과의 대화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3년째 똑같은 참석자, 흡사한 민원성 건의, 짜여진 질문과 답변들, 심지어 구태의연한 행사 진행 방식까지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사실상 이 일련의 과정들을 ‘대화’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참석자와 질문자가 3년째 거의 똑같다. 각 읍면동별로 참석하는 100여명 중 30여명은 사회단체장, 기관장 등이다. 여기에 이·통장들까지 포함하면 이미 참석자 절반 이상은 고정 참석자로 봐도 무방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양한 주제의 질문이 나오기 힘들다. 정책이나 시 비전에 대한 내용은 거의 전무하고 단순한 민원성 건의가 대다수다. 

특히 소방도로부터 마을 안길, 보도블럭까지 다양한 도로 관련 질문이 쏟아졌고 정은태 안전도시국장은 앉을 틈도 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언뜻보면 시장과의 대화인지 안전도시국장과의 대화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촌극이었다. 

마을마다 똑같은 내용의 질문이 되풀이될 때마다 정 시장의 답변도 똑같았다. ‘세수 부족’과 ‘현장을 찾아봐라’는 지시. 차라리 이·통장들을 통해 일괄적으로 정비나 개설이 필요한 도로를 조사하고 서면으로 답변을 대체했다면 대화시간 절반은 다른 질문들로 채워질 수 있었다. 50분 남짓한 대화시간은 10여명만 질문이 가능했고, 참석자 태반은 그냥 발길을 돌렸단 점을 돌이켜보면 더욱 안타깝다. 

천편일률적인 행사 방식도 시민과의 대화를 단순한 ‘민원 건의 행사’로 만들었다. 10시와 2시, 낮 시간에 개최되는 행사에 연차를 써가며 참석할 젊은 층은 거의 없다. 참석자 대부분은 60대 이상이었으며 질문자 대다수는 이·통장이었다.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통장회의에서 건의해도 되는 사안들을 굳이 시민과의 대화에서 질문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진월면에 참석한 한 시민은 “오늘 이 자리가 시민과의 대화가 아니라 마치 이장단들 회의하는 자리 같다”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는 ‘소통’을 위해 마련하는 자리라지만 ‘대화’라는 이름조차 붙이기 민망한 이 행사가 얼마나 소통이 될지 모를 일이다. 

정인화 시장이 진정성 있는 소통을 원한다면 보다 다양한 세대와 폭넓은 계층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존 행사 진행방식을 뒤엎는 결단도 내려야 한다.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면 ‘연구용역’이나 ‘타 지자체 벤치마킹’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라도 행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10년 전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그 밥에 그 나물’식 행사는 시민들 눈에 그저 ‘쇼’로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