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전어축제, 축제장소 이전 놓고 ‘의견차’
광양전어축제, 축제장소 이전 놓고 ‘의견차’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4.05.20 08:30
  • 호수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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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덕포구로 이전…관광시설 연계
주민 반발 “정체성 외면한 결정”
소리잡이 시연 “포구까진 어려워”
△ 1962년 전어를 잡기위해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 사진 좌측에 보이는 가옥 몇채가 위치한 곳이 무접섬이며 가운데 하얀 도포를 입은 이또봉(1895~1973)선주는 이정마을 출신으로 말년까지 왕성한 사공활동으로 전어잡이의 전설이라고 불렸다.
△ 1962년 전어를 잡기위해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 사진 좌측에 보이는 가옥 몇채가 위치한 곳이 무접섬이며 가운데 하얀 도포를 입은 이또봉(1895~1973)선주는 이정마을 출신으로 말년까지 왕성한 사공활동으로 전어잡이의 전설이라고 불렸다.

제23회 전어축제 일정과 장소가 결정됐다. 그러나 축제추진위원회가 축제장을 망덕포구 일원으로 이전키로 의결한 것을 두고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광양전어축제추진위원회와 광양시 등에 따르면 추진위와 관계자들은 최근 3차례 회의를 열고 제23회 광양전어축제 개최 일시와 장소 등을 의결했다. 축제는 오는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개최될 예정이며 축제장은 망덕 해양경찰서 인근 공터로 결정했다. 

추진위는 별헤는 다리와 배알도 미디어파사드, 짚라인 등 최근 망덕포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관광사업과 연계하고 홍보하기 위해 축제장을 기존 무접섬 광장에서 망덕포구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배알도횟집에서 성윤횟집까지 도로를 통제해 차 없는 거리로 축제를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결정에 망덕포구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주민들은 상가 활성화 기대 등을 이유로 추진위 결정을 반기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은 축제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광양에서 전어잡이가 성황을 이룬 1960년대는 무접섬 일원이 주요 선착장이었다. 선소마을이나 이정마을 주민들이 전어잡이로 생계를 이어왔으며 전국 최초로 활전어가 유통되기 시작됐다. 이 같은 이유로 축제의 역사성을 고려하면 무접섬이 가장 적합한 장소라는 설명이다. 

축제 정체성을 보여주면서 주요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전어잡이 소리 시연도 문제로 부각된다. 현재 소리잡이연구회는 풍물놀이, 전통민요와 함께 복원한 전어배를 끌고 신답마을에서 축제장까지 이동하며 시작을 알린다. 그러나 고령화로 인해 전어배를 끌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데다 축제 시기 마저 늦여름으로 앞당겨지면서 망덕포구까지 장거리를 이동하긴 힘든 상황이다. 운영회에 소속된 어르신들은 축제장을 옮겨갈 경우 전어잡이 시현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소마을에 사는 한 주민은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전어축제는 광양 전통 전어잡이를 알리는 등 주민 참여형 축제로 가치가 높았다”며 “상가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우리 역사를 보존하고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무접섬 광장에서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축제를 위한 공간과 무대를 마련해 놓고 별도의 장소를 마련하는 것은 명백한 혈세 낭비”라며 “망덕포구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기 위해선 주차장, 배수로 등도 추가로 조성해야 하고 방문객 동선도 길어질 수 밖에 없어 비효율적인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시에서 추진 중인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연계하기 위해 축제장 이전 방안이 의결된 것으로 안다”며 “다양한 주민 의견을 반영해 축제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