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장 선거, 후보등록제로 바꿔라
[기자수첩] 의장 선거, 후보등록제로 바꿔라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4.06.10 08:30
  • 호수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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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기자
김성준 기자

제9대 광양시의회가 임기 절반을 지나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늘 이맘때면 시민들의 입방아에는 ‘하반기 의장’이 오르내린다. 의회를 대표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의장직은 의원들에겐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광양시 의전서열 2위로 향후 정치적 체급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되고, 더 나가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사무처 인사권까지 주어지는 등 권한이 대폭 강화돼 막중한 책임감이 요구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 의장은 다음 선거 직전까지 의장직 유지가 가능해 선거 운동이 시작되지 않더라도 각종 행사에 참석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얼굴 알리기’가 가능해진다. 사실상 ‘공식적인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많은 관심과 시선이 쏠리는 중요한 ‘선거’지만 실상은 시민들이 뚜렷한 진행 과정을 알기 힘들다. 현행 의장선출방식은 흔히 말하는 ‘교황식 선출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별도의 후보 없이 14명 모두가 후보가 돼 무기명 비밀투표로 의장을 뽑는다. 이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광양시의회도 지난 8대 의회 하반기 의장선거 당시 민주당내 경선 직전 의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출마 입장을 번복하는 등 수많은 잡음이 일었다. 

의원 간 과열된 표심잡기 양상이 나타났음은 물론이고 원구성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의원들이 생겨나며 의회가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13명 중 11명이 같은 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갈등과 반목이 팽배한 모습을 노출하며 시민들은 의회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밖에 없었다. 

더나가 민주당이 당내 경선을 통해 사전에 의장단을 결정하면서 소수당·무소속 의원의 의결권을 침해한다는 여론도 높았다. 

당시 진보당 소속 백성호 의원과 무소속이었던 서영배 현 의장은 “경선 결과에 따라 몰표가 나올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처음부터 둘의 의결권은 의미가 없던 상황”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여러 문제들이 불거지자 광양시의회도 의장선출방식을 변경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백성호 부의장은 기존 교황식 선출방식을 ‘후보 등록제’로 바꿔야 한다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의원들이 동의 의사를 밝혔으나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에서 △후보 선출방법 당론으로 결정 △의장단 연임 제한 등의 내용이 담긴 지침을 보내오면서 선출방식 변경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후보 등록제’와 ‘교황선출식’ 중 어떠한 방식이 더 좋다고 말하긴 힘들다. 다만 후보 등록제는 2일전에 사전 후보등록을 마쳐야 하고 10여분에 이르는 공식적인 정견발표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입후보를 통해 “제가 당선이 된다면~”으로 시작하는 각오를 발표하는 점을 생각하면 정견 발표는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최근 추세도 ‘후보등록제’를 시행하는 지방의회가 늘어나고 있다. 전국 252곳의 지방의회 중 114곳이 후보등록제로 의장을 선출한다. 전남 5개 시 중에서 교황선출방식을 택하고 있는 의회는 광양시의회 뿐이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의장단은 후보등록, 상임위원장은 교황선출 등으로 방식을 달리 적용하는 지방의회도 증가하고 있다. 

시민들의 손으로 뽑은 대표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가 여전히 야합으로 이뤄지는 ‘깜깜이 선거’로 치러지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선진의회’를 표방하는 광양시의회가 과감하게 의장선출방식을 바꾸는 ‘민주적인 결단’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