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사각지대 그늘에 가린 여성 이주민
인권 사각지대 그늘에 가린 여성 이주민
  • 태인
  • 승인 2008.08.04 10:01
  • 호수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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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에 성학대…매매혼적 국제결혼 개선 절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민은 2007년 단기체류 외국인을 포함해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중 외국인 노동자는 47%, 결혼이민자 10%, 외국인 유학생이 약 6%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급속히 진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광양시도 외국인 이주민이 1천여 명 정도 살고 있는 등 외국인 거주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들 외국인 이주민은 크게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결혼여성이민자로 구분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다문화 가정 사회로 진전함에 따라 본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전국 지역 일간지ㆍ주간지 13개사와 공동기획취재 했다. 공동취재단은 지난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 등 국내 외국인지원기관을 취재한 후 30일부터 7월 9일까지 태국, 베트남 현지 취재를 통해 그들의 고향집과 현지 산업인력공단 등을 다녀왔다. 이번 주에는 기획특집 첫 순서로 서울에 있는 한국이주민여성센터를 방문해 외국인 여성 이주민의 인권실태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지난해 6월 충남 천안시에서는 베트남 이주여성인 후안마이(19)가 시집 온지 한달만에 그의 남편 A씨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의사소통 등의 문제로 남편과 갈등을 겪었던 후인마이가 베트남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자 이를 괘씸하게 여긴 남편은 그녀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고 결국 한국 땅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던 것.
남편은 일정한 거주지 조차 없는 사람으로 밝혀졌으며 결혼을 알선한 중개업소도 이미 폐쇄되는 등 여성결혼이민자의 인권 현주소를 가장 잘 드러내준 사례로 남아있다.

여성이주민의 인권실태를 살펴보면 우리사회는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2007년 말을 기준으로 한국 거주 이주여성은 약 25만 명. 여성이주민을 크게 나눠보면 산업연수나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정규직, 비정규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 14만 명, 국제결혼으로 이주한 여성결혼이민자 10만 명, 연예인 비자(E-6)를 통해 입국해 유흥업에 유입된 이주여성 1만여 명 등이다. 이들 이주여성은 인종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며 코리안드림을 꿈꾸고 있다.  

한국이주여성 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 여성이주민의 인권실태에 대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모성보호와 의료대책 부재 △성폭력 문제 △이주노동자 아동의 인권문제 등 인권침해가 빈발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이주노동자 아동 ‘관심밖’
 
이주여성 인권 실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앞에서 지적한 이주노동자 아동의 인권문제 또한 심각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이주노동자 자녀들 중 15세 미만은 약 2만 여명. 그러나 이주민의 자녀들은 아동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부모가 불법체류자일 경우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 역시 불법체류자로 무국적자로서 성장한다.

이들 아동들은 부모 한쪽 혹은 양쪽이 불법체류자로 단속돼 본국으로 추방될 경우 아이만 남겨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국염 대표는 “아동은 어떤 경우에도 생존과 발달의 원칙이 고려돼야 하고 특별보호조치를 받을 권리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인권과 시민단체 182개로 구성된 ‘이주아동 합법체류 보장촉구연대’는 △미등록이주아동의 교육권 보장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노동자 자녀의 영주권 허용 △만 18세 이후 국적 선택 권리 부여 △정규학교 수업 허용 등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출생 아동 및 미성년 이주아동 합법체류보장을 위한 입법화 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자칫 불법체류자를 양산할 소지가 있다며 이 같은 운동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성매매 덫에 걸린 외국인 여성
 
유흥업에 유입된 이주여성 역시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2007년 말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연예비자(E6)를 갖고 한국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4천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1만 명 이상이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염 대표는 “정부는 공연예술비자(E-6)로 들어온 여성들에 대한 성산업 유입이 문제되자 2002년 6월 이 비자를 중단했다”며 “그러나 가수나 다른 직종, 국제결혼으로 위장해 들어와 성산업으로 유입되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외국인 여성의 성매매 피해는 출입국관리의 문제점이 높다는 시각이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에는 성산업에 유입된 외국인 여성이 업주의 부당한 요구 및 인권침해에 맞서 업소를 탈출한 경우, 업주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외국인 여성이 사업장을 이탈했다는 신고만 하면 그들은 경위를 불문하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성매매 방지법에 의해 외국인 여성도 성매매 피해자로서 지원을 받을 수있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쉼터를 마련하고 성매매 피해자로서 조사를 받는 기간에는 출국조치가 유예된다. 그러나 조사가 끝나면 출국시키기 때문에 외국인여성 성산업 유입을 막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다.

한 대표는 “이 같은 조치는 돈 벌러 온 이들에게 출국조치는 대안이 될 수 없고 인신매매 업자들의 범죄단서만 없애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매매 피해 당사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상황에서 어느 외국여성이 신고를 하겠느냐”며 “신고시 적극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치, 신고자ㆍ탈출자에게 고용허가제에 편입시켜 새로운 직업을 알선해 주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결혼이주여성, “매매혼적 국제결혼 문제 해결 절실”
 
앞서 베트남 여성 후안마이 살해사건에서 보듯이 현재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실태가 우리사회에서 현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2007년 12월 현재 총 11만 362명의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중 여성결혼이민자는 88%인 9만7천 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국제결혼 이혼율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이 도시보다 이혼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한국염 대표는 “우리나라보다 어려운 나라에서 신부를 데려오는 방식의 매매혼적 결혼과 문화적 갈등, 의사소통 부재 등으로 우리나라 국제결혼의 이혼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의 인권 문제를 들여다보면 크게 가정폭력과 상업화된 국제결혼 시장을 통한 매매혼적 결혼과 여성의 상품화로 나눌 수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상담자의 1/3이 가정폭력이고 나머지가 체류문제, 시댁과의 갈등 등으로 조사됐다.

한 대표는 “가정폭력의 원인으로 의처증, 빈약한 생활기반, 아내와의 현격한 나이차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여성 이민자의 경우 한국 남편과 평균 16세나 차이가 난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편들의 의처증에는 자기 부인이 돈을 목적으로 한국에 왔기에 언젠가는 도망갈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구타와 폭언 외에도 아내를 유기하는 사례, 성적학대와 인격모독,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경우, 가부장적인 문화수용 강요 등 다양한 형태로 여성 이민자에 대한 인권 유린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외국인 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의 밑바탕에는 상업화된 국제결혼 시장을 통한 매매혼적 결혼이 가장 큰 배경이다. 중개업체를 통해 국제결혼이 성사되면 ‘돈 주고 사온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남아 한국 남성들도 ‘내 돈 들여 데리고 왔으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렇다보니 이주여성을 동등한 배우자가 아닌 함부로 해도 되는 상품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 대표는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법무부의 공인된 여성단체 확인서 제도 실시 △한국인 배우자 사이에 자녀 있는 결혼 이민자에게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모부자복지법 적용 △인권침해 당한 외국인에 대한 일정기간 취업활동 허용방안 마련 △국제결혼중개업관리법 제정 △결혼이민자 귀화시험 필기면제 폐지 및 면접심사 강화 △다문화가족 지원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 대표는 “인종차별, 성차별, 계급차별 속에서 고통 받는 이주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에서 이주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 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조건들이 한국 여성관련 법의 틀에서 확보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외국인들을 배타적 시각이 아닌 우리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공동체적 사고 방식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이주여성 인권센터는?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한국 이주여성 인권센터는 외국인이주여성의 인권 보호와 권익 신장, 모성보호와 육아지원을 통한 생명존중, 성인지적 관점에서의 교육과 문화활동, 한국여성과 이주여성들의 국경을 넘는 연대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형성과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창립됐다.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한국 이주여성 인권센터는 외국인이주여성의 인권 보호와 권익 신장, 모성보호와 육아지원을 통한 생명존중, 성인지적 관점에서의 교육과 문화활동, 한국여성과 이주여성들의 국경을 넘는 연대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형성과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창립됐다.

이곳에서는 크게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 성산업에 유입되어 고통 받는 외국인여성의 인권피해를 상담하며 피해자를 위한 심리치료와 의료, 법률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자 상담, 성산업에서 도피한 외국인여성 인권상담, 피해자를 위한 심리치료, 의료와 법률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주여성인권센터는 상담 외에도 외국인이주여성의 모성보호를 위해 산전산후 조리를 위한 사업과 신생아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사업을 지원한 것을 비롯해 신체적, 정신적, 성적 피해를 입은 외국인여성, 임산부 등이 안정된 휴식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사회 적응과 통합, 한국말 때문에 겪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글교육과 다채로운 문화행사, 성폭력과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이주여성에게 외국인노동자의료공제회와 무료진료소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분만, 신생아 지원 등 모성보호를 위해 의료지원도 실시하고 있다.
(전화 02-3672-8988)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