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마을 “외국인들도 우리 주민입니다”
국경없는 마을 “외국인들도 우리 주민입니다”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8.21 11:01
  • 호수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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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 외국인 주민센터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이곳에 가면 낯선 거리 환경을 볼 수 있다. 간판에서부터 음식, 옷, 언어, 사람들…. 마치 중국의 어느 거리를 지나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외국에 와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곳은 바로 국경 없는 마을이다.

인구 70만 명정도 되는 안산시는 불과 20여년 만에 '농어촌 문화'가 변해 '공단 도시문화'로 급격한 변화가 이뤄진 곳이다. 특히 1990년 이후에는 영세 중소기업들이 모인 반월 공단 공장들이 심각한 인력난을 맞이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기 시작한 후,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거주하며 살아가는 도시가 됐다.

현재 안산시 원곡본동의 경우 3만여 명 주민의 70% 정도가 외국인이다. 이곳에는 약 18개 국가 출신의 외국인들이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거주지를 등록하지 않은 외국인을 포함한다면 전 세계 58개국 출신 이주 노동자 5만 여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430여 개의 외국인 상점들이 입주해 있으며, 20여 개의 지원 단체와 민족 공동체, 종교기관이 이들에 대한 상시적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바탕으로 현재 원곡동에는 국경 없는 마을이 형성됐다.
 
외국인 주민센터, 전국 최초로 개소
 
지난 3월 원곡동에 있는 이주 노동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외국인 주민센터’(이하 주민센터)가 문을 열었다. 안산시가 30억 원을 들여 지은 ‘외국인 주민센터’는 자치단체가 세운 것으로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김창모 센터 소장은 “외국인 주민센터는 안산시의 26번째 주민센터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원곡동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도 주민으로 시민과 동일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안산시의 의지이다. 따라서 이곳 센터는 거주 외국인 지원 행정을 중심으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주민센터는 지난 2004년 10월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 기구ㆍ정원 신청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건립 움직임을 보였다. 2005년 2월 에는 행정자치부로부터 센터 설치 승인을 받은 후 같은 해 5월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 1사업소 4담당(관리ㆍ민원ㆍ문화사업ㆍ복지지원담당)으로 개청했다. 이후 산업지원사업소를 설치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외국인 주민센터로 명칭이 변경됐다. 현재 센터는 1사업소에 다자외무ㆍ지구촌 문화ㆍ국제교육ㆍ외국인 인권담당 등 4기구로 이루어져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면적 1828㎡ 규모의 이곳 주민센터에는 외국인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다. 지하층에는 국가별 공동체 사무실이, 1층에는 내과와 치과, 한방치료가 가능한 원곡보건지소가 들어섰다. 또한 IBK 기업은행 안산외환송금센터, 만남의 장소, 야외 소공연장 등이 갖춰져 있다. 
2층에는 이주민 통역 지원센터인 콜센터 상담실과 컴퓨터 교육실, 소강의실, 사무실이 갖춰졌고 3층에는 국가별 전시와 공연 등이 가능한 문화의 집이 들어섰다. 4층은 옥상 정원으로 조성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은행, 공휴일에도 문 열어…외국인 노동자 불편 덜어줘
 
외국인 주민센터에는 특히 1년 365일 문을 여는 은행 점포가 들어선 것이 눈에띈다. 지난 5월 외국인 주민센터에 들어선 IBK 기업은행 안산외환송금센터는 이주노동자들의 외환송금 및 일반금융업무 등을 맡고 있다. 이 은행은 평일은 물론 토ㆍ일요일과 공휴일에도 문을 연다. 평일에 시간을 내서 은행을 방문하기 어려운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배려다. 이에 따라 이 일대 이주노동자들은 지금보다 한결 편리하게 입출금과 외환 송금, 환전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토ㆍ일요일 및 공휴일에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영업을 하며, 평일에도 일반 금융기관 점포와 달리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업무를 본다.
그동안 원곡동 국경 없는 마을에는 중국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등 3개 금융기관 점포가 개설돼 있지만 평일 오후 7시30분까지만 영업을 하고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김창모 소장은 “평일에 늦게까지 문을 열고 1년 내내 영업을 하는 은행이 필요하다는 이주노동자들의 요청에 따라 연중무휴 은행 점포의 개설을 추진했다”며 “평택, 당진, 수원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도 송금하러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1사업소 4담당…외국인 노동자도 우리 주민
 
안산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주민센터는 소장을 비롯한 총 17명의 공무원이 업무를 맡고 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자외무담당은 주민센터 운영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 담당은 △대사관 연계ㆍ협력사업 추진 △조례규칙 제ㆍ개정 등 지원기반 마련 △거주 외국인 지원 민간협의체 구성ㆍ운영 △외국인 고용업체 환경개선 사업 등의 업무를 주로 맡는다. 지구촌 문화 담당은 △다문화 공동체 형성 및 축제 추진 △외국인 공동체모임 결성 및 지원 △외국인 센터 부설예술단 운영 △거주외국인 대표자회의 운영 등이 주요 업무이다.

국제교육 담당에서는 △거주 외국인을 위한 한글ㆍ컴퓨터ㆍ법률 및 기술 교육 △아시아 문화체험 일일교실 운영 △다문화 이해 증진 교육 등을 맡고 있다. 외국인 인권담당은 △거주 외국인 복지 시책 개발 △이주민통역지원센터 △결혼이민자 지원 사업 △외국인 인권 상담 및 실태조사 △응급지원 및 외국인 행려자 보호 지원 등이 이뤄진다.
이중 건물 2층에 있는 이주민통역지원센터는 중국과 베트남, 태국, 몽골, 파키스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8개국 통역사들이 임금체불과 사업장 변경, 진료, 출입국 관련 사항 등을 상담하고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처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센터는 지난 3월 개소한 후 6월까지 3개월간 6천여 건의 상담을 받았다.

김창모 소장은 “한국어 교육의 경우 현재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공장이나 회사에 강사를 직접 파견해 7개 업체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귀환 교육에 대해서도 “ 대다수 단체들은 지금 현재 한국에서의 생활을 위주로 지원하고 있지만 이곳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생활을 마치고 본국으로 귀환을 할 경우를 대비해 자동차 정비와 PC정비, 용접, 미용 등 고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특징이다”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와 함께 치안센터 유지
 
사람사는 세상은 어느 곳이나 사건, 사고가 있기 마련이다. 이곳 원곡동도 예외가 아니다. 각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한데 어울리다 보니 문화차이, 언어 갈등 등으로 사소한 시비가 일기도 하고 폭력 사건도 발생한다. 주민센터는 이를 위해  헬프 콜 센터’(1644-7111)와 ‘원곡특별순찰대’도 가동했다. 콜 센터는 필리핀 등 10개국 출신의 외국인이 상주하며 자국 노동자들의 애로 사항을 상담하고 순찰대는 외국인 2명을 안산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해 주민 3명과 함께 이주 노동자들이 많은 원곡동 순찰을 벌인다.

김 소장은 “이곳도 어느 도시처럼 사건,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언론에서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과대 포장하는 바람에 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가 한꺼번에 추락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부, 외국인 밀집 거주지 특별법 제정해야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도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치안이 가장 문제이다. 치안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마약, 조직범죄, 매춘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염려가 국경없는 마을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중 하나다.

김창모 소장은 “외국인 밀집 거주지에는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경없는 마을처럼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정부에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이어 “지자체에서 조례에 근거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한계가 있다”며 “민간단체에서 고통받는 결혼 이민자들을 위한 쉼터 운영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소장은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는 등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며 “다문화 사회의 행정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거주 외국인과 지역주민이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다문화 공존의 열린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 안산시의 목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다문화 시대에 상호 존중과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우리 스스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