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전체가 유기농 ‘친환경 선도마을’
마을전체가 유기농 ‘친환경 선도마을’
  • 박주식
  • 승인 2009.02.18 19:40
  • 호수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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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압면 관동마을 ‘귀골친환경영농회’

다압면 관동마을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마을 입구에 설치된 ‘친환경농업 선도마을’이란 입간판이다. 이 마을 입구엔 전라남도와 광양시 농업기술센터의 입간판과 함께 유화등(해충포획기)이 나란히 설치돼 여느 농촌마을과는 구별됨을 미리 알리고 있다.

▲ 친환경선도마을인 관동마을 주민들이 정월 대보름을 맞아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달집을 태우며 흥겨운 놀이 한마당을 펼쳤다.
관동마을은 마을 전체가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획득한 친환경 선도 마을이다. 최근 도시 소비자의 안전 농산물 선호 추세에 따라 친환경농업에 전 주민이 참여해 소비자들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관동마을은 ‘깃골’ 또는 ‘귀잇골’등으로 구전되어 오는데 이는 기골이 장대하고 훌륭한 사람이 많이 나는 골이라 하여 불린 것이며 ‘깃골’을 한문 식으로 음차 하여 관동이라 하였다고 전한다.
그래서 이 마을 영농회 이름도 ‘귀골친환경영농회’다. 관동마을 67농가 전체가 전남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획득한 것은 지난 2006년 9월의 일이다. 마을 전체가 친환경인증을 획득한다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당시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관동마을은 자체 구성한 ‘귀골친환경영농회’라는 이름으로 마을 야산과 과수원 210ha에서 생산되는 밤, 매실, 배, 단감 등을 친환경인증 마크가 새겨진 포장지로 포장해 출하를 하고 있다. 이처럼 관동마을 전체 농가가 친환경 인증을 받기까지는 이 마을 방선호 이장의 역할이 컸다.

마을전체 친환경인증으로  농가소득증대

이미 이전부터 두례생협에 납품을 해 왔던 방선호(58세) 이장은 자연스레 친환경 농법에 관심을 가졌고 자신의 밤나무 해충방제를 하면서 항공방제를 하지 않고 식용유와 청양고추 등을 혼합한 친환경 약재를 사용, 2004년 친환경 인증을 먼저 획득했다.
이후 방 이장은 2006년 마을 이장이 되면서부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친환경 농업에 미온적인 주민들을 설득, 주민들의 동참을 이끌어 냈다.

그 덕분에 광양시에서는 유일하게 마을 전체가 친환경 인증 마을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방 이장은 “인증서를 요구하는 생협의 요구에 따라 2004년도에 처음으로 개인이 친환경인증을 받으려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농산물품질관리원과의 수차례의 씨름은 물론 이곳저곳 안 간곳이 없다시피 할 정도로 발품을 팔아 8개월만에 인증서를 획득할 수 있었다. 당시엔 시 지원은 기대할 수 없었고, 작물재배 면적 확인을 위한 현황측량도 사비로 해야 했다. 주변의 시각도 곱지 많은 않았다.

밤나무 항공 방제를 하지 않음에 따라 옆 마을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으며, 농약 안치고 얼마나 해먹나 보자는 시기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 농업은 친환경만이 살길이다’는 신념으로 꿋꿋하게 추진해 나갔고 결국 주민들의 동참까지 이끌어 내기에 이르렀다.
방 이장은 “우리는 남들이 하기 전에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보다 많은 농가가 친환경인증을 받을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며 “마을전체가 친환경인증을 받고 부턴 농가소득증대에 크게 도움이 됨은 물론 시 지원도 확대 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관동마을은 지난 2007년 사업으로 4억680만원을 들여 마을과 마을주변 과수 농지에 유화등(해충포획기) 1천여대를 설치했다. 보조금 50%와 자부담 50%로 진행한 이사업은 농가가 부담할 자부담을 친환경 직불금 보조금과 마을주민들이 직접 설치에 나서 인건비를 절약하며 마무리 했다. 유화등은 해충퇴치 역할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매화축제 기간엔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또 지난해엔 친환경지구조성사업으로 시로부터 7억4천만 원을 지원받아 공동선별 선과장시설을 마무리했다. 선별장엔 매실, 감, 배 등 작물 선별기와 함께 저온창고와 액비 제조 및 미생물 배양시설 까지 설치돼 고품질의 친환경농산물 생산을 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방 이장은 “올 봄 매실부터 공동선별에 들어갈 것이다”며 “공동선별을 통한 제품 출하는 상품의 규격화는 물론 질을 높일 수 있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시 소비자와 직거래 노력

방선호 이장의 요즘 고민은 직거래 판로 확보다. 도시지역의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는 것이 농촌이 살길이라 생각하는 방 이장은 어떡하든 서울등지의 아파트 단지나 대기업 대형슈퍼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키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먹고 마을을 떠나 직접영업에 나설 시간이 없는 것이 아쉽다.
방 이장은 “소비자들은 눈으로 상품을 삽니다. 친환경은 안전한 먹을거리임에도 상품성에선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생산자가 직접 설명을 해줘야 한다”며 “매실이 출하되기 전에 반드시 더 많은 직거래처를 확보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관동마을 귀골 친환경영농회는 단순히 영농조직을 넘어 마을주민 전체의 결속체라 할 수 있다. 방선호 이장을 회장으로 정연호 총무, 새마을 지도자와 마을 개발위원 5명을 반장으로 조직된 영농회는 마을의 대소사를 모두 관장한다. 영농회엔 노인회와 청년회, 부녀회 대표가 늘 함께 하며 동네일을 논의한다. 그래서 관동마을 주민모두가 함께하는 일은 언제나  일사천리다.

정연호 영농회 총무는 “우리 마을은 다압면 18개 마을 중 제일 부자마을 중 하나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일 년 내내 늘 뭔가를 판매하고 있다”며 “잘 먹고 잘 놀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잘 뭉치는 것이 마을의 자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