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희망”
“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희망”
  • 박주식
  • 승인 2009.02.25 19:00
  • 호수 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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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과 제철감산, 태인동연관단지에 직격탄

“힘든 정도가 아니라 숨이 넘어갈 지경입니다. 지금은 힘드냐고 묻는 것 자체가 실례이지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 닥친 국제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불황과 광양제철소 감산으로 태인동 광양국가산업단지입주기업체들이 최악의 경기불황 늪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광양제철소에 부 원료를 납품하는 업체들은 광양제철소 감산에 따라 반출 물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이다.

▲ 완제품이 되지 못하고 야적된 슬라브. 글로벌경제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와 철강제품 수요 저하로 감산에 들어간 광양제철소 고로에서 나온 쇳물을 제품화 하지 못하고 슬라브(강궤) 형태로 야적하고 있다.
광양제철소에 부원료를 납품하고 있는 A사는 평소 일 320여 톤 가량을 납품했으나, 최근엔 150여 톤 정도로 줄었다. 이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50%대로 줄었으며, 직원들의 출근일수 또한 1/3로 줄어 급여도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구책 마련에 발버둥을 치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없다”며 “반토막 난 물량이 언제 회복될 지 기약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IMF때는 그나마 수출이라도 됐지만 지금은 모두가 불황이다 보니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며 “살아남기 위해선 아끼고 절약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이것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답답해 했다.

또 다른 부원료 납품업체인 B사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원료의 85%를 수입·가공해 광양제철소에 납품하고 있는 이 회사는 출하량의 감소와 환율 급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 환율을 1200원대로 예상했지만 이미 1500원을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철소 감산으로 판매량마저 줄어듦에 따라 회사경영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을 지난해 대비 50%~60%선으로 예상하고 공장 가동을 정기적으로 중단하며 직원교육과 각종 개선활동, 생산성 향상 활동에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예전엔 적정 재고량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꾸준히 생산에 나섰지만 지금은 재고가 초과 돼 생산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며 “1년 후에나 개선이 될 것이란 희망을 가져 보지만 그마저도 확실치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최근엔 과거엔 관행으로 해 줬던 은행 대출연장도 안 해주고 있어 대출금 상환과 고환율, 출하감소 등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며 “그동안 포스코 한 곳만 완전하게 의지하다 보니 위기관리 능력이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반성도 해 보지만 지금은 오로지 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희망이다”고 안타까워했다.

태인동에 입주한 광양제철연관 업체들은 제철 부원료 납품업체 뿐만 아니라 운송업체, 부산물 활용업체, 철강재가공업체 등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광양제철소로부터 슬래그를 수급해 슬래그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는 시멘트생산업체들은 광양제철소가 슬래그 배정량을 줄임에 따라 부족분을 포항이나 일본에서 수입해 충당하고 있다.
이는 물류비 증가와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회사의 이윤이 급감, 회사경영수지를 멍들게 하고 있다. 철강회사 역시 철강단가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판매마저 이뤄지지 않아 재고가 한없이 쌓이고 있으며, 반출입량의 감소로 운송이 줄어 운송사들도 힘들어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광양시는 현황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광양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태인산단 입주업체협의회와 간담회를 가졌지만 아직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조만간 다시 협의회와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최근 2개월간 생산량을 57만톤 감산을 단행한 데 이어 이번 달에도 20만톤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 또 3월말이면 4고로 개보수가 예정돼 있어 생산량 변동은 불가피 할 전망이다.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기불황에 따른 현 상황에 뾰족한 해결방안을 마련치 못하고 쳐다볼 수밖에 없는 것이 답답하다”며 “현재로서는 원가 절감과 기술력 확보로 경기호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 여파로 우리지역에 입주한 기업 역시 모두가 한 결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고의 인내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보다 많이 가진 쪽이 더 어려운 중소기업을 보살피며,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관련 업체와 기관 단체 모두의 공동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