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회관 활성화,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
문예회관 활성화,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
  • 최인철
  • 승인 2009.05.07 16:17
  • 호수 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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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관심이 남다르다. CEO들이 ‘문화 예술’로 향하고 있다. 보통 CEO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강좌나 학위과정은 경영이나 경제, 통솔력과 리더십 등 경제 환경이나,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주제들이 대부분. 예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CEO들은 요즘 문화 예술 강좌에 더 열중하고 있다. 최근 문화 예술에 초점을 둔 CEO 대상 강좌들이 속속 생겨나고 이들 강좌를 수강하는 CEO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그 증거들이다.

한 그룹 최고경영자는 “문화의 세기인 지금 감성은 이성의 한계에 대한 보완책으로 각광 받고 있고 감성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 곧 미래 성장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더군다나 치열한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각계 지도층 인사에게는 고품질의 핵심적 감성역량을 집중적으로 향상시키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편집자 주>

청소년의 달 5월을 맞아 안산의 문화행사 프로그램이 ‘꽉’ 들어찼다. 지난 달 사전 예고된 행사는 안산의 대표적인 축제 가운데 하나인 ‘길거리 축제’에서부터 ‘동심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기획돼 있다. 적지 않은 예산투자를 앞세운 안산시측의 문화예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곁눈질 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산시는 회색도시, 산업도시라는 도시이미지를 탈바꿈시키기 위해 다름 아닌 문화예술을 선택했다.

어떤 조직이던 사람이 조직을 만든다. 활성화의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서게 마련이다.

특히 조직을 이끌어가는 최고 경영자의 마인드에 따라 방향과 파급력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많은 경험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지역문화예술의 활성화, 이를 닮는 지역문예회관의 활성화도 마찬가지다.

 

지역발전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하자

 

1995년에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래 지역문화정책도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지역문화의 활성화’는 그동안에는 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다시피 해 지방자치단체들의 자발적인 노력은 매우 미흡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예술을 지역발전의 맥락에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도 풀이가 가능하다. 문화예술의 사회경제적 가치와 도시발전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현상인 셈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이러한 가치는 점차 예술창작 진흥 및 지역주민의 문화복지 차원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문화예술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 차원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그러나 한 조사에 따르면 자치단체의 문화예술정책, 자치단체장의 관심도, 문화예술에 대한 지역주민의 참여도 등은 차츰 개선되고 있으나 지방의회 의원들의 문화정책에 대한 관심도, 의원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예산결정태도는 지방자치실시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를 느끼기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문화예술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전문성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역문화예술을 담는 그릇인 문예회관 운영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면서 우리지역의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사람이 변해야 문예회관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박영정 예술문화팀장은 “예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분야든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문화예술, 문예회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람이 변하지 않고,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CEO가 변하지 않고서는 요원한 이야기다”고 강조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경제적 수치 보다 시민의 질 향상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볼 줄 알아야 한다”며 “결국 지역문예회관의 성장과 활성화는 기초자지단체장의 의식변화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문화예술조직, 변화를 생각해야할 시점

 

현재 운영되고 있는 160여 곳에 이르는 문예회관은 대관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중소급 규모의 공연장과 전시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개관한 몇몇 문예회관에서는 공연장과 전시장 문화예술교육센터의 세 가지 기능을 유사한 비중으로 설정한 곳도 생겨나고 있다.

또 지역문예회관의 운영주체는 여전히 지방자치단체다. 직영사업소의 경우 순환근무제도에 따른 제약과 운영인력의 정원제한 등으로 운영활성화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수도권 기초단체를 중심으로 시설공단이나 재단형태로 문예회관 운영주체를 바꾸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박영정 예술문화팀장은 “직영사업소 체제는 거대한 순환근무제도에 의해 유지되는 문예회관만의 독립적 운영체계가 구축되지 못한다. 또 문화적 전문성을 갖춘 기구가 아닌 만큼 태생적인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비해 재단형태의 운영은 지자체로부터 분리 독립돼 자율적인 운영이 될 수 있으며 순화근무에 의해 배치되는 공무원 보다 문예회관 운영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구성이 가능하고 민간부분의 경영기법을 도입해 사업계획과 집행 그리고 조직관리면에서의 유연성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단운영의 경우 직영체제에 비해 공공성 구현이라는 문예회관 본래 목적이 위협 받을 수 있고 재정압박의 강도도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어 지역실정에 따라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박 팀장은 “문예회관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시설, 프로그램, 운영형태 차원에서 각각 바람직한 운영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그에 맞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미션과 비전, 체계적인 경영방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화자치, 문화전문가를 키워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수동적인 자세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응하여 문화정책사업이 지역주민의 문화복지를 증대시키고 지역의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리고 문화행정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행정담당자들의 전문성 확보와 의식의 전환은 필수적이다. 지방화시대에서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문화행정은 ‘문화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고 자율적으로 지역의 개성과 역사, 문화에 걸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자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획능력 향상과 전문인력 확보 △지역주민의 문화수요에 대응하는 고객 지향적 행정체계 △문화예술 관련 조직들간의 협동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 확보 △문화정책과정에 지역의 문화예술 관련인사를 적극 참여시키는 행정 △문화예술공간의 책임 전문 경영체계 확립 등 다양한 요건들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자치는 지역주민의 문화복지는 물론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설정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