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꿈속에서라도 뵐 수 있다면…
아버지를 꿈속에서라도 뵐 수 있다면…
  • 오재화 민주공무원노조 광양시지부장
  • 승인 2009.05.07 16:45
  • 호수 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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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산천이 녹색 물결로 넘실거리는 5월, 가정의 달입니다. 세월이 참 빠르지요? 아버지께서 저희 곁을 떠나신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아버지가 떠나시던 당시가 아직 눈에 선합니다. 무덥던 2007년 8월 어느 날 위암 말기 투병에 지치신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으로 향했지요. 의사선생님이 상태가 매우 악화되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아버지와 언젠가는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을 알고 있었으나 막상 그 시간이 지척에 와 있다고 하니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그렇게 긴 날을 아버지와 함께 해 왔지만 지나온 길이 너무나 짧게 느껴졌습니다. 병상에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고통을 견뎌내는 당신의 모습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저로서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아버지의 병세는 더욱 나빠져 임종이 거의 다가옴을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혀가 굳어지면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당신의 모습. 한 밤중에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글을 쓰시던 아버지. 당신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나는 한심한 마음에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음을 당신도 알고 있을 텐데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병마의 고통에 지쳐 잠든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날들. 가난한 살림에 육남매를 키우면서 숱한  인생의 파고를 넘어온 아버지. 어려운 가정형편을 알면서도 남들처럼 마음껏 해보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해 아버지를 원망한 적도 많이 있었습니다.

못난 저는 아버지께서 저희들 곁을 떠나고 나서야 당신이 정신적인 지주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제 삶을 이끌어 주고 지탱해 주고 어려울 때 무언의 힘을 준 그런 존재였지요.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신 것은 딱히 없었지만 자식에 대한 애틋한 정을 보이지 않게 표현하셨던 아버지. 당신은 나에게 사람답게 사는 것을 가르쳐 준 마음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런 당신께 제대로 효도 한번 해보지 못한 것이 뼈저리도록 후회가 됩니다.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저의 지나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무엇을 위해 쉼 없이 달려 왔는지 등을 생각을 해 보니 지나온 길이 희미하게 느껴집니다. 너무나 쉽게 나만을 위한 인생을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와 함께 깊은 반성을 해 봅니다.
주름진 당신의 얼굴, 손마디 굵으신 투박한 손, 그리고 수수한 옷차림에 다정다감한 눈빛이 그립습니다. 저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글을 하늘로 실어 보내면 오늘 밤 꿈속에서 아버지가 나타나실까? 아버지를 만나면 생전에 못다 한 대화를 꼭 나누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내일은 어버이 날입니다. 여느 때처럼 당신의 손자들은 제 가슴에 꽃을 달아주겠지요. 카네이션을 보면서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아버지가 안 계신 지금, 이 카네이션을 당신의 가슴에 달아줄 수만 있다면…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