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배우니 삶이 솔솔, 재미가 쏠쏠”
“한글 배우니 삶이 솔솔, 재미가 쏠쏠”
  • 김희령
  • 승인 2009.05.07 16:46
  • 호수 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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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한글교실에 다니고 있는 한 동 필 씨
“열심히 배웠으니 동네 이장까지 해보렵니다.”
더 열심히 배워서 배운 만큼 쓰기 위해 동네 이장까지 해보겠노라고 말하는 한동필(64·옥룡면 산남리 남정마을)할아버지 말투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노인복지관 한글 반에서 부반장을 맡고 있는 한 할아버지는 수업 시간이 그저 즐겁다고 말한다.

한 할아버지는 1년 전 아내의 적극적인 권유로 한글 수업을 듣게 됐다. “아내에게 떠밀리 듯 시작한 공부지만 사실 여학생뿐인 수업을 들으려니 처음에는 부끄럽고 창피했어요. 지금은 남자가 저 혼자라서 대우가 아주 좋아요”라며 쑥스러운 듯 웃는 한 할아버지. 청일점이다 보니 반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비록 어린 시절 제대로 배우지 못했지만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그 시절에는 먹고 사는 일 조차 힘들었다"며 이렇게 배울 수 있는 지금이 오히려 더 감사하다고 전한다.

한 할아버지는 읽지도 쓰지도 못하던 때는 이름 석 자, 계좌번호도 제대로 쓸 수 없으니 은행에 가는 것조차 힘든 일이었고 가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을 해야 하니 그것 또한 불편했고,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농약을 구입할 때도 그림만 보고 무슨 약인지 기억해야 하는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배우지 못한 것도 그렇지만 매번 되풀이 되는 일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배움에 목마른 탓에 지금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는 한 할아버지는 수업 후 복습은 물론 새벽 4시에 일어나 수업 가기 전에 예습하는 일은 빼놓지 않는다며 늦은 공부의 즐거움을 말한다. “이제는 버스의 행선가 어디인지 읽을 수도 있고 은행 일도 직접 볼 수 있다”며 시야도 넓어지고 몰랐던 세상들이 보이면서 그 재미가 쏠쏠하다고 웃었다. 농사를 짓고 잇는 그는 글을 읽지 못해 농약 사용의 어려움이 있었다며 매번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사용하곤 했다고 한다.

한 할아버지는 “글을 배우고 나서는 직접 읽고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뿌듯하고 편하다”며 공부할 기회를 제공해 준 복지관과 자상한 가르침으로 공부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남정옥 선생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끝까지 권유하고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아내에게 더없이 고맙다”며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