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강 최한기선생의 인재선발기준으로 지역 일꾼을 뽑자
혜강 최한기선생의 인재선발기준으로 지역 일꾼을 뽑자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1:58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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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신 / 한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커피자판기에서 커피가 다 나오기도 전에 열에 일곱이 꺼낸 민족이 우리란다. 하루에 의식적으로 하늘을 쳐다 본 적이 몇 번이나 되는가. 쉽게 대답하지 못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유가 없다. 문명의 발달로 2시간 할 일을 1시간으로 줄이면 그 나머지 1시간 중 일부는 여유를 가지고 재 충전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더 바쁘다.

인사가 만사란다. 모든 것이 인간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매우 중요한 인사를 여유를 갖지 못하고 급하게 뽑는다면 잔 재주를 잘 부리는 소인을 뽑기가 쉬울 것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시대에 이 지역을 이끌어나갈 인재를 뽑는 날이 멀지 않았다. 인재를 선발하는데 선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데 평범한 이에게는 그 인재의 됨됨이를 알아보기에 정보와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혜강 최한기선생(1803-1877)을 아는지. 그는 마지막 실학자라고 일컬어지고 있으면서도 업적에 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는 이 보다 모르는 이가 더 많다. 김정호, 이규경과 친분이 있다는 설도 있지만 자료가 불충분하여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이 필요에 따라 자문을 구했다는 설도 있을 정도로 학식이 높았던 것 같다. 최한기 선생은 몰락한 사대부로 추정되며, 족보에 의하면 “遺集에 천문, 지리, 농학, 의학, 수학 등 1천여 권이 있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100여권만이 발굴되고 있다. 
최한기선생의 사상을 집대성한 저서중 하나가 「人政」이다.

그는 인정에서 사람을 감별하는 기준을 102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계량화할 정도로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그는 날카로운 칼이라도 사람이 쓰지 않으면 물체를 가를 수 없다고 하면서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지적하였다.

또한 氣理論을 가지고 운화가 변하므로 세월이 흐르면 교육이나 선거, 그리고 용인의 기준도 변한다면서 천인운화를 가지고 그 준거로 삼아야 한다면서, 행사의 중요성을 「人政」 전반에 걸쳐 주장하고 있다. 하늘과 인간의 큰 다스림이 합치되도록 사람을 헤아리고(測人), 가르치고(敎人), 선발하고(選人), 써야(用人)만이 막히거나 분열되는 근심이 없고 하늘과 인간의 큰 다스림이 합치된다는 것이다.

특히 인재 선발의 중요성을 “國之治亂 不在於他 惟在選法之得失”이라하여 한 조직의 성쇠가 인재선발에 달려 있다고 하였다. 한 국가의 정치적 성쇠는 현명한 인물을 쓰느냐, 용렬한 인물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인재선발의 원칙으로 사무(직무)를 위해 인물을 선택하지 인물을 위해 사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인재선발의 실제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지적하였다.

최한기선생은 인재선발기준으로 치민능력, 안민능력, 교인능력, 천거능력을 들었다. 인재의 선발이 바로 만사의 근본임을 강조하였다.
치민능력이란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하는 것이다. 리더로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았다. 자신이나 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직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잔머리가 아닌 큰 머리를 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이다. 그 조직을 이끌어 갈 그릇이 되느냐를 보자.

안민능력이란 백성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가 없는가하는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지를 보았다. 도덕성을 강조하였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없다고 하지만 최소한 뽑힌 이후에는 먼지가 안났으면 좋겠다. 믿을 만한 인물인지를 보자.

교인능력이란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가 없는가하는 것이다. 솔선수범할 수 있는지를 보았다.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지식뿐 만 아니라 가르치는 자로서의 언행이 일치하느냐도 함께 본 것이다.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언행이 일치하는지를 보자.
천거능력이란 사람을 바르게 천거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인재를 보는 통찰력이 있느냐이다. 무능자는 무능자를, 부패한 자는 부패한 자를 천거한다고 하면서 才德을 갖춘자만이 재덕을 갖춘 인물을 천거할 줄 안다고 하였다. 식견과 도량이 작은 자는 큰 사람을 천거할 수 없다.

현정권의 인사 잡음도 천거능력의 부족에서 온 것이다. 광양시가 인사예고제를 통해 인사상 어느 정도 잡음을 없앴다는 점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우리 지역이라도 광양의 발전을 위해 좀 더 나아가 광양만의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재덕을 갖춘 인물을 뽑자.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치민능력, 안민능력, 교인능력, 천거능력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자. 감정으로 사람을 뽑지 말고 이성으로 뽑자.
 
입력 : 2006년 0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