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비자 교육이 우선
친환경, 소비자 교육이 우선
  • 박주식
  • 승인 2009.07.29 19:53
  • 호수 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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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업의 선구자…유기농 통통배 농원

다압 죽천에서 유기농 배를 생산하고 있는 통통배농원의 서현득ㆍ강미화 부부는 우리지역 유일의 배 유기농재배 농가로 친환경 농업의 선구자다. 이들 부부가 유기농으로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기 시작한 것은 13년 전. 대를 이어 배를 재배해 오고 있던 서 씨 부부에게 배 재배를 권장하는 정부 정부정책은 또 다른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요구했다.

당시 정부는 얼마든지 판로가 있다며 전국을 대상으로 배 재배를 권장했다. 그러나 서현득  씨는 생각을 달리했다. 배 재배 농가가 늘어나면 수확량 또한 늘어나 가격이 폭락할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에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유기농 배 생산이다. 서 씨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약 안치고 비료 안하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친환경 유기농이었다”며 “결국 예상한대로 배 가격은 떨어졌고, 친환경 농업은 이제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남들보다 생각이 조금 빨랐던 것뿐이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고객입장에서 생각하게 됐다”며 “수입자유화로 밀려드는 외국산 농산물에 대응하고, 모두의 건강과 땅을 살리는 길은 유기농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유기농 재배에 자신을 갖는 서 씨지만 처음 시작은 막막했다. 다수확을 권장하는 정부정책에 반해 친환경을 시작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교육은 물론 책자하나 구할 수가 없었다. 97년 무작정 5300㎡에 유기농 배 재배를 시작했지만 2년 동안 배 한상자도 수확 할 수 없었다. 배 값이 한창 높을 때였고, 다른 농가는 농약과 비료사용으로 배를 잘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주변농가로부터 바보취급을 받은 것은 물론, 가족들의 원망을 듣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주저앉지 않았다. 서 씨는 이미 시작한 일, 반드시 해 내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지역의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농약을 사용하기 전 병충해는 어떻게 잡았는지, 시비는 어떻게 했는지 등 과거의 경험을 묻고 기록해 이를 하나하나 실험하며 유기농 재배법을 스스로 터득해 갔다. 도움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었던 당시로선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결국 노력은 결실을 맺고 지금은 유기농 재배에 관한한 최고의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서 씨는 “친환경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친환경은 예방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병충해가 든 나무는 다른 나무에 영향을 주기 전에 과감하게 베어낼 수 있는 감내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친환경 인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충고도 함께 했다. 잔류농약검사와 영농일지 만으로 친환경을 인정받을 수 있는 현 제도에 더해 친환경교육을 이수한 농가에 한해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무조건 인증면적을 확대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질을 높여 나가야 한다는 바람이다.

친환경 교육도 문제다. 예를 들어 매실의 경우 소비자가 매실을 찾는 것은 오직 건강을 생각해서인데, 모양이 나빠도 친환경 농산물을 적극 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을 쳐 모양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라고 교육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유통 개선을 위해 인증 상표제 마련돼야

소비자 교육도 강조했다. 농약과 비료를 하지 않고, 크고, 맛있고, 모양도 예쁜 제품을 생산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싸고 크며 예쁜 제품만을 찾는 소비자에게 무농약이 뭔지 왜 유기농이어 하는지를 명확히 인식시킴으로써 친환경 농업을 확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 씨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은 친환경이 아니다. 친환경직불금이나 챙기고 자재나 지원받기 위한 친환경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며 “진짜 친환경 할 사람은 사명감이 있어야 하고 기본이 없는 사람은 친환경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농민은 영리하다. 정부에서 해라해라 해도 수입이 안 따르니 도전을 안 하는 것”이라며 “수입이 더 되면 저농약이나 무농약, 유기농을 정부에서 말려도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 씨의 남은 과제는 유통이다. 유기농생산은 자신 있지만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는 덴 언제나 어려움이 따른다.

지역 유일은 물론, 전국에서도 20여 농가 밖에 안 되는 유기농 배 생산 농가지만 지역학교 급식 납품도 못하고 있다. 학교 영양사들은 선호를 하나 혼자밖에 없어 특혜를 준다며 공급업자가 급식 품목에서 빼 버린 것이다.

서 씨는 “인근 시는 물론 멀리 목포에서까지 와서 유기농 배를 사감에도 지역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건마저도 배제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어렵게 유기농까지 간 농가에 혜택 을 주지 않는다면 실패를 반복하며 유기농까지 갈 이유가 없다”고 하소연 했다. 서 씨는 유통 개선을 위해 인증상표제를 제안했다.

배 뿐만 아니라 매실, 감 등에 대해 시장이 품질을 인증하는 상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배가 생산되는 현 상황에서 현재 소비자가 배를 구매하는 우선순위는 고향배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지역 브랜드, 세 번째가 안정성(친환경)이다. 전국의 향우와 도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광양시장이 인정하는 브랜드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역 농산물의 지역 내 소비에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지역엔 많은 기업이 있고, 근로자들이 있기에 이들이 어차피 구입할 과일을 지역에서 구입해 준다면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지역 대형 마트의 지역 농산물 판매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우리지역 친환경 유기농업의 선구자 서현득ㆍ강미화 부부. 노력을 다한 후에 결과는 하늘이 정함을 따라야 하고, 마음을 비워야 기회가 온다는 서 씨 부부는 아직도 남은 저장 배 출하를 위한 바쁜 손놀림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