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멀면 마음도 멀어진다.
눈에서 멀면 마음도 멀어진다.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2:00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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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렬목사 / 마하나임커뮤니티교회
시골에서 목회를 하다가 가끔 성도들이 근교로 이사를 가는 경우가 있다. 이사를 갔음에도 오랜 정도 들고 해서 교회를 바로 옮기지 않고 차를 타고 먼 거리를 오가는 성도들이 가끔 있다. 어려운 교회 살림에 그런 성도 한 두 분의 봉사와 섬김은 참으로 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렇게 오시는 분들이 처음 일 년은 자부심과 기쁨으로 오가지만 2년째 되어가면서는 조금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3년이 되어 가면 딜레마에 빠지기 시작하고 4년차에 가면 이제는 부정적인 것만 보여서 차츰 불평스런 모습이 부각되다가 5년차가 되면 누가 건들기만 해도 바로 떠날 차비로 이사 갈 준비를 하고서 다닌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있다.

멀리 순천에서부터 광양읍과 중동을 지나 광양제철까지 이어지는 대로가 있다. 4차선에 비교적 잘 뚫린 도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도로가 러시아워가 되면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정체된 차로 인해서 시간과 많은 것들이 낭비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게 한다. 우리 지역에서 일하는 분들이 교육이나 기타 환경으로 인해서 이곳 광양에 거주 하지 않고 멀리 순천과 근교 심지어는 광주까지 출퇴근을 하는 분들이 있어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래저래 바쁜 시정을 살피면서 가장 기본적인 교육환경이 미비한 광양을 바라보면 고개가 끄떡여지기도 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그런대로 안정궤도에 있지만 고등학교와 대학은 이 지역에서만 다니기엔 아무래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나 생각한다. 거기에 환경이나 문화시설 그리고 여타 생활거주 환경이 아무래도 타 지역보다 부족함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좀 멀어도 타 지역으로 이사를 하고 이곳으로 이주하지 않는 면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어서더라도 인구 유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중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교육환경의 미비와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멀리서 오갈 수 있을까?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눈에서 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다. 그만큼 원거리를 오가면서 이 지역에서의 직장에 대한 애착이 자연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지역경제발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지역과 자기 직장에 대한 애정이 없이 일할 때 나타나는 비생산적, 비효율, 비능률 등은 굳이 통계를 말하지 않더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정체된 도로에서 유실되는 것은 참으로 많다. 제일먼저 아까운 시간을 잃는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또는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시간을 적어도 왕복 2시간가량을  허비하는 것이다. 멀리 광주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거기에 장시간 정체되는 차량으로 인한 유류소비도 한 두 사람은 적은 양일지 모르겠지만 오가는 모든 차량의 유류소비는 한두 푼이 아닐 것이며, 거기에다 그렇게 오랜 시간 정체되면서 내뿜는 매연은 지역 환경오염에 당연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소위 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 몸 버린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시정을 맞는 분들은 인구유입이 있어야 그런 환경을 조성 할 것이 아니냐고 말할 것이고, 오가는 시민들은 환경이 조성되어야 올 맘이라도 있는 것 아니냐고 서로 먼저라고 이야기 한다. 한번 이사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되도록 그대로 살고 한사람만 희생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한사람만 희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와 여러 시정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파급 부작용들을 생각해 본다면 이 일이 단순한 한 두 사람의 일이 아니라 우리 광양의 미래에도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에서는 나름대로 인구 유입을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뜸해졌거나 다른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지만 계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오가는 시민들은 매일 이곳에 와서 마치 빨대로 필요한 것만 쏘옥 먹고 가는 그런 모습 말고, 명분과 실리만 추구하는 야속한 사람들 말고, 이곳에서 함께 더불어 만들고 이루고 살아가는 그런 광양시민이길 기대해 본다. 시정을 맞는 분들도 이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생활환경 조성에 더욱 박차를 가해주길 바란다. 동부권의 통합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불필요한 낭비는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면 이 일을 좀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입력 : 2006년 03월 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