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청정지역 친환경으로 거듭나
백운산 청정지역 친환경으로 거듭나
  • 박주식
  • 승인 2009.10.28 21:30
  • 호수 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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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곡면 수평리 주선노 이장

“소비자가 모양 좋은 물건만 찾을 것이 아니라 약 안치고 건강하게 생산된 물건을 먼저 찾아야 친환경농업이 활성화 될 수 있습니다”
옥곡면 수평리에서 감과 밤, 매실을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주선노 이장은 “나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부터 튼튼하게 키워야 병도 안 오고 좋은 수확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전의 아이들은 엄마젖을 먹고 동네방네 온 들녘을 뛰어다니며 자랐기에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으나 지금은 젖 대신 분유에, 운동은커녕 한정된 공간속에서만 활동하기 때문에 건강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주선노 이장은 “나무도 매 일반이다. 당장의 수확만을 기대하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면 나무를 건강하게 성장시키지 못해 결국에는 농사를 망치게 된다”며 “농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비료와 농약 사용은 자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정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수평마을은 숲이 우거진 고을이란 뜻의 지명으로 일찍부터 지대가 높고 공기가 맑아 친환경 농업이 활성화 돼 왔다. 특별한 위치조건으로 다른 지역보다 병해충이 적어 구지 약을 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수확을 욕심내다보니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게 됐고 이는 결국 땅과 나무를 약화시켰다.

수평마을은 지난해 밤을 시작으로 매실과 감에 대해 친환경 인증을 받고 다시 예전의 농법으로 돌아가고 있다. 백운산 청정지역의 장점과 친환경 농산물의 이미지를 살리는 것이 더 큰 이득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깨달은 때문이다.

주 이장은 “사람 먹는 것에 농약을 친다는 것이 좋을 일이 없지요. 그동안 청정지역의 혜택을 우리들이 스스로 훼손해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며 “농가 스스로는 물론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친환경 농업의 실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 주 이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가을걷이를 마친 논의 볏짚도 묶어야 하고 감 수확도 해야 한다.
볏짚을 나무 밑에 깔아주면 땅이 건조하지 않고 습하게 유지돼 지렁이가 살게 된다. 또 볏짚이 거름이 되기 때문에 흙을 살리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주 이장은 노구에 힘든 일이지만 타작을 마친 논에 나가 일일이 볏짚을 묶어 과수원으로 나르고 있다.

논농사, 고소득 작물로 전환필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감 수확이 시작되지만 주 이장은 이미 지난주부터 감을 따기 시작했다. 멀리 있는 친척과 지난봄 매실을 많이 팔아준 사람들 한 박스씩 선물로 보내주기 위해서다.
올해 예상되는 감 수확량은 4톤. 주 이장은 이를 공판장이나 농협에 일부 출하하고, 남은 물량은 저장해 놓고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직거래로 판매할 예정이다.

백운산 청정지역의 이미지를 앞세워 알음알음으로 고객들을 늘려가고 있다. 결국은 일반농산물과 구별이 되지 않는 공판장 판매보단 친환경농산물이기에 안전함을 내세워 소비자와 직거래를 늘려가는 것이 농가와 소비자 모두가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예전엔 1천 다랑지라고 불렸어요. 산비탈을 논으로 개간해 농사를 지어 왔지만 이젠 힘에 부쳐 논농사 짓기가 힘들다”는 주선노 이장. 그래서 최근 들어선 논에 감나무와 매실을 심어 과수농사로 바꾸는 농가가 늘고 있다. 힘든 논농사에 비해 과수농사가 힘도 덜 들뿐 아니라 수입도 낫기 때문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지만 마을 이장역할까지 훌륭히 해 내고 있는 주 이장이지만 앞날을 생각하면 걱정이다. 50여 호 살고 있는 마을 구성원 중 50대가 다섯 명이고 나머진 70~80대가 차지하고 있다. 주 이장은 “우리들이 죽고나면 동네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며 “아이들 교육 때문에라도 젊은 사람들은 아예 들어와 살수가 없는 것이 아쉽다”고 한다.

그는 “교육을 마쳤거나 직장을 정년한 사람들이 마을에 들어와 살 수 있도록 고소득 작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힘든 논농사를 도라지나 약초 농사로 전환할 수 있는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마을엔 매실 공동선별장 공사가 한창이다. 올해 매실출하 시 처음으로 마을에서 매실 공동선별을 했고 이것이 상인들의 호응을 받아 판매도 더 많이 할 수 있었다.

청정 백운산 자락에서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마을의 미래를 염려하며 노심초사하는 주선노 이장의 소망처럼 다시금 아이들의 밝은 웃음이 마을 곳곳에서 메아리칠 수 있는 날이 오길 함께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