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나이에 거는 기대
경상도 사나이에 거는 기대
  • 이성훈
  • 승인 2009.10.29 09:01
  • 호수 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로야구 KIA의 우승 장면을 지켜보니 2004년 한 일간지에서 스포츠 기자로 근무했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필자는 약 1년 정도 기아타이거즈를 홈은 물론, 원정경기까지 빼놓지 않고 다니며 취재했다.

지난 97년 이후 12년 만에 정상을 차지한 KIA는 이번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4년 김성한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시즌 도중 경질된 후 유남호ㆍ서정환 감독 역시 같은 이유로 줄줄이 옷을 벗었다.

2007년 10월 KIA 감독으로 취임한 조범현 감독 역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취임한 해에 7위, 지난해 6위에 머무르며 팬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 조 감독에 대한 팬들의 비판과 비난이 잇따랐다.
야구전문가들로부터 해마다 우승 후보로 지목되던 KIA는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허덕였다. 팬들은 조 감독을 ‘조뱀’이라고 비아냥거렸고 ‘종이 호랑이’라며 선수들에게 융단 폭격을 가했다.

그랬던 KIA가 올해는 완전히 바뀌었다. 초반 주춤했지만 여름이 다가올수록 상승세를 탔고 8월에는 24경기에서 무려 20승을 거두며 패넌트레이스 1위에 올랐다.

KIA의 우승에는 탄탄한 선발진, 최희섭ㆍ김상현의 불방망이, 최고참 이종범ㆍ이대진의 솔선수범, 신인 선수들의 맹활약 등 여러 요인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조범현 감독의 지도력이 가장 클 것이다. 조 감독은 3년간 KIA에 몸담으면서 과감한 체질개선을 했다.

지난 2년이 과도기였다면 올해는 그 지도력이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조범현 감독 고향은 대구다. 경상도 사나이가 호남에 와서 팬과 구단이 그토록 바라던 우승을 달성했으니 개인적으로서도 큰 영광이리라.
전남 드래곤즈를 살펴보자. 전남은 29일 현재 5위로 서울과의 마지막 한 경기만 남겨놓고 있다. 말이 5위지 자칫하다가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KIA 의 우승 효과가 전남에도 이어져야 할 텐데 11월 1일 서울과의 경기가 자못 부담스럽다. 전남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호남팬들로서는 더없는 쾌거다. 광주는 비록 떨어졌지만 전남, 전북이 나란히 진출해 야구에 이어 축구에서도 호남 신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 전망이다.

박항서 감독 고향 역시 조범현 감독과 마찬가지로 경상도이다. 경남 산청이 고향인 박 감독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몸에 가득 배어 있다.

이제 K리그도 마지막 한 경기 남았다.
전남은 이번 경기에 사활을 걸고 임할 각오다. 이번 기회에 전남은 기아의 승운을 받아 서울에 승리를 거둬 반드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바란다.
한 명의 경상도 사나이는 이미 호남팬들에게 큰 기쁨을 줬다.
이제 또 다른 경상도 사나이가 ‘용광로 매직’을 보여줄 때다. 부디 멋진 경기를 펼쳐 11월 1일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큰 선물을 호남팬들에게 선사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