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기회다
지금이 기회다
  • 광양뉴스
  • 승인 2010.01.07 10:30
  • 호수 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일관료들이 만든 합방청원서로부터 시작되어 조선 민중을 구원하려는 지극한 뜻을 담아 순종이 발표한 양국(讓國)의 조칙 발표로 마무리된 경술국치를 겪은 1910년, 그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흘러 2010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2010년의 역사적 의미를 숫자로 풀어보면 경술국치 100주년, 한국전쟁 60주년, 4.19혁명 50주년, 전태일 열사 분신 40주년, 광주민중항쟁 30주년 등 돌아보고 기억해야 할 굵직한 사건들이 많이 연결되어 있는 해이다. 국권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초유의 민족적 수난으로부터 출발하여 1세기만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낸 저력을 보여준 세월이었고 고난이 오히려 발전의 동력이 되는 전거(典據)를 이룬 영광의 세월이기도 했다. 생각해보건대 지난 100년의 우리민족 역사는 민족 구성원에게 고통과 저항, 좌절과 희망을 뼈저리게 겪게 한 말 그대로 ‘격동의 세월’이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는 어떠한 번영을 누리고 있으며 또 어떠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새로운 기회는 무엇일까?
 가발이나 수출하던 변방의 가난한 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당당하게 세계무대에 등장하여 반도체, 자동차, 선박을 수출하는 세계 10대 무역 강국으로 부상하였다. 기업의 여전한 수출호조로 유사 이래 최고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고 있으며, 세계 최강의 정보통신망, 초고학력 국민, 평균수명의 비약적 증가 등으로 산업화의 혜택도 어느 정도 누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먹고 살기 바쁜 와중에도 극적으로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어 내었음도 잊지 말아야할 민족의 번영자산이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 중 필자가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시장만능주의가 정치, 경제, 사회의 전 분야에 걸친 우리 사회의 지배적 담론으로 고착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경제적 주류세력들이야 본인들에게 유리한 것이라 그렇다손 치더라도 사회적 약자마저도 정부나 사회의 역할보다 자유시장과 경쟁이 보다 우월하다는 막연한 인식을 신봉하며 주류세력의 논리에 힘을 보태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맹신과는 달리 밀레니엄 이후 불과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미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생각이 극적으로 달라졌다.
대테러 전쟁의 실패와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과 무역적자 누적, 바닥난 제조업의 경쟁력과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 교육 및 의료보험 취약성 등 국가체제 전반에 드러난 결함으로 인한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0년대 이후 미국의 위상은 군사외교, 경제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락했다.
 
 바로 지금이 역사의 큰 물줄기가 바뀌는 시점이다. 경제이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이념의 역사는 중상주의, 제국주의 자유무역, 보호무역주의, 신자유주의로 그때마다 이름을 조금씩 달리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유무역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사이의 넘나듬과 반복이었다.
예컨대 시장을 앞세운 유연성과 국가의 개입을 앞세운 안정성 사이의 넘나듬이며 과거 제국주의가 자원과 시장의 확보를 위해 주로 군사력을 이용했다면 이름을 달리한 신자유주의는 자원과 시장 확보를 위해 주로 금융을 이용하는 정도의 반복이다.
지금은 마치 영국의 금융자본 시대가 대공황과 전쟁을 거치며 미국의 산업과 무역자본주의로 자리바뀜을 했던 것처럼 미국의 금융자본 시대가 새로운 헤게모니로 대체될 시점이다. 그리고 국가의 개입을 통한 경제의 안정성이 강조되는 시기이다.
2010년 11월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G20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중 하나가 금융규제강화를 통한 세계경제 위기관리와 안정성확보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1910년, 우리민족은 제국주의의 의도를 제대로 간파하고 대응하지 못하여서 국권을 침탈당하는 치욕을 겪었다. 민족의 분단도 그 연장선상에서 출발된 것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역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 이제라도 신자유주의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주도하며 지구촌 가족에게 좀 더 행복한 삶을 선물하며 민족적 번영과 명예를 끌어올리는 새로운 100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태  진보연대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