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과 골렘
피그말리온과 골렘
  • 광양뉴스
  • 승인 2010.02.11 10:04
  • 호수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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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사)광양자치포럼 사무국장

‘말이 씨가 된다’
‘말에는 주술적인 힘이 있다’
삶을 살아가는 지혜 중에 ‘말조심’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말에 대한 조심은 서구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피그말리온과 골렘효과라는 조어를 만들었고 우리 조상들은 살아가면서 조심해야할 세가지 뿌리 중에 그 첫째로 혀를 들었다. 

우리가 곧잘 마법사의 주문처럼 외우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라는 말도 알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죄가 입으로 지은 죄인지라 이 천수경의 한구절을 세 번 반복함으로써 그 죄를 다 씻을 수 있다는 염원이 담겨진 말이다.

세치 혀에서 비롯되는 실수와 오해, 그로 인한 증오와 다툼을 생각해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에 대한 경계가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말에는 주술적인 힘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이 이제 별로 없는 듯 하다.

하다 못해 볼 때마다 칭찬을 하는 나무와 저주를 퍼붇는 나무의 성장이 다르다 하니 사람의 혀끝에 서린 기운은 참으로 무섭다. 
반대로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으니 세치 혀의 권능은 참으로 놀랄만하다.

이런 말에 대한 기대와 현상을 미국 교육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은 피그말리온 효과라 이름붙였다.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피그말리온왕은 자신이 조각한 여성을 사랑하게 되고 이 안타까운 사랑을 지켜본 비너스신이 조각상을 사람으로 만들어 두사람의 사랑을 이루어주었다는데서 이름붙여진 피그말리온효과란 결국 ‘말’의 절대적 긍정을 이름하는 말이다.

교육현장에서 실증적으로 입증된 피그말리온효과는 잘할 것이라는 선생님의 믿음과 기대를 받는 학생의 성적이 실제로 향상되었다는 실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기대, 잘 될 것이다는 예측이 결국 ‘말’이란 소통을 통해 대상자에게 전해지고 이는 곧 실제적인 효과로 나타난다는 피그말리온효과.

신앙이 위대한 것은 ‘절대적 긍정’의 세계가 개인의 삶에 투영됨으로써 신앙을 가진 자의 삶을 바꾸어내는데 있다.
당신은 ‘선택받은 자’이며 ‘사랑받는 자’이고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자’라는 끊임없는 암시와 자기 긍정은 삶을 바꾸고 주변 사람들에게 까지 긍정적인 변화의 요인을 만들어낸다.

그에 반해 대상에 대한 실망, 저주, 증오, 또는 무관심은 대상자를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어가는 ‘골렘효과’도 있다.
세상을 바꾸는 힘도 결국은 절대적 긍정이라는 기대심리와 믿음, 그리고 서로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신뢰를 바탕으로 발휘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저주와 증오, 질시의 말보다는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믿음과 긍정의 말이 더 힘을 갖는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길 일이다.
평소에도 주변사람들에 대한 책임없는 ‘말’들이 많지만 이제는 상대방을 예쁘게 보아주고 그 사람의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해 볼일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가능성을 다 가지고 있다.
어찌보면 그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나 가능성보다 주변에서 보아주고 긍정해주는 가능성이 그 사람의 미래가 되고 삶이 되는 것인 아닌지...
그리하여 마침내 그러한 말의 힘으로부터 비롯된 변화가 세상을 좀더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예쁘게 만드는 사람은 세월이 가면서 추해지지만 남을 예쁘게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은 세월이 갈수록 보석처럼 빛날 것’이란 어느 암자에 새겨진 글을 떠올리며 오늘은 스스로에게도 칭잔 한마디와 내 옆을 지키는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보는 여유를 권해본다.

그리고 간절히 바라는 일이 있다면 몇 번이고 되뇌이며 말의 힘을 믿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