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순천만↔화포길 지금 이대로가 좋다
순천시-순천만↔화포길 지금 이대로가 좋다
  • 광양뉴스
  • 승인 2010.02.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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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순례올레 팀 걷기 행사…재정비 계획 아쉬워

드넓은 들판, 갈대밭이 주는 자유로움과 평화로움 덕분에 순천만을 찾는 사람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다른 곳을 여행하면서 거쳐 가는 곳쯤으로 순천을 들렀다가 간다. 그래서 순천만은 쓰레기만 남을 뿐 관광수입이 없다는 아쉬움이 오랫동안 있었다. 그것에 대한 해결책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드라마 세트장과 순천만 갈대밭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이 직접 출연해 작품을 만드는 ‘자기만의 영화’ 만들기도 좋을 것 같고, 강변을 따라 순천만을 이어서 화포까지 걸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내용이 있다면 순천에 며칠 묵어도 좋을 다채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순천순례올레’라는 모임을 만들어 매주 토요일 걷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출발해 순천만을 따라 쭉 걸었다. 화포까지 이어지는 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걸어 본 것이다.

그 길을 걸으며 어른 열 명과 어린이 다섯 명으로 구성된 일행은 조금 색다른 경험을 했다. 처음 시작한 길은 다리도 놓이고 난간도 놓인 그야말로 잘 정비된 길이었다. 5년 전 이 길을 걸었을 때 보다 잘 정돈돼 있었지만 그때 자유스러운 느낌과는 달랐다. 사람들이 돈과 정성을 들여 다리를 놓고 난간을 설치한 그 길을 걸을 때는 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에만 몰두했다.

그런데 길을 걸어갈수록 예전부터 놓인 그대로 한쪽으로는 들판이 있고, 한쪽으로는 바다가 있는 자연스러운 길이었다. 그 자연스러움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은 사람이 도무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드넓은 하늘, 바다, 들판, 새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세상에 둘도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햇빛과 바람과 풀과 들판과 바다가 만들어 내는 풍경 속을 걸으며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알 수 없는 그런 기운이 스멀스멀 내 안을 비추었다.

길을 걸으며 아이들 교육 문제에서 지난 인생 이야기, 건강 이야기, 먹을거리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등 두서없이 몇 십 년을 오가며 있었던 이야기가 술술 풀어져 나왔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끔씩 드넓은 하늘을 바라보고, 바다물빛에 투영되는 반짝거림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면서 잠시 멈추어 서서 단전호흡을 하기도 하며 걸었다.

순천 지역 곳곳의 샛길을 따라 순례하는 마음으로 걷는 길, 곳곳에 이어진 그 길에서 햇빛과 바람과 새와 풀들 사이를 지나며 지금 여기에서 온전히 주어진 은혜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부산에서 여행 온 최정은 씨 부부와 우연히 함께 걷게 되었는데 한나절 동안의 추억만으로도 순천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순천 생협의 명인선 씨는 지금 이대로도 걷기에 정말 좋다면서 차라리 정비된 길보다 자연스러운 길이 더 푸근하고 재밌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오늘 ‘순천순례올레’팀이 걸은 이 길은 앞으로 두 달 후부터 제주도 올레길처럼 많은 사람들이 걸을 수 있도록 재정비한다고 한다.

부디 많은 돈 들이지 않고 간소하게 정비했으면 좋겠다. 이미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좋은 길이다. 이미 만들어진 원시의 아름다움을 통해 어쩌면 더 많은 위로를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순천만 주변은 정원박람회 준비와 더불어 곳곳에 걷기 좋은 길을 만들기 위해 공사가 진행 중이다. 덤프트럭과 포클레인이 오가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공사를 진행해서 길을 정비한 들, 거기에서 얼마나 더 아름다움과 편리함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돈을 들여서 보기 좋게 해놓으면 보기에 좋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그냥 놓인 길을 사람들이 걸으면 되는 것이다. 이미 자연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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