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이 내린 생명수 ‘고로쇠 약수’
하늘과 땅이 내린 생명수 ‘고로쇠 약수’
  • 최인철
  • 승인 2010.02.18 09:49
  • 호수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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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나무에 얽힌 전설과 만나는 맛있는 여행
김태한 백운산고로쇠약수협회장이 지난 17일 진상면 억불봉 자락에서 고로쇠 채취를 위해 나무에 구멍을 뚫고 있다.
<참선 장소에서 쓰러졌던 도선은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혀가 종잇장이나 마른 낙엽처럼 바삭거렸다. 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이 몰려왔다.

굳어 버린 관절에서 우마차의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나는 듯했다. 이러다 모든 뼈마디가 낱낱이 분리되어 버리고 종국에 가서는 바싹 말라 한 줌의 바람이 되어 흩날릴 것 같았다…쓰러진 자세에서 다시금 운기조식을 취하려다가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수액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워낙 목이 말라서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 없이 그 수액을 빨아마셨다. 달콤했다. 갈증을 느꼈을 때 빨아 마셨기 때문이 아니라 원래 물맛이 달콤한 모양이었다. 한참이나 수액을 빨아 마셨다. 종잇장이나 낙엽처럼 바삭거렸던 혀가 부드럽게 변했다.

그뿐만 아니라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날 것 같았던 관절이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흐린 정신도 한결 맑아지는 듯했다. 잘 믿어지지 않아서 무릎 관절을 폈다 구부렸다 해 보았다. 아직 원활하지는 못했지만 현저하게 좋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모든 것이 이 나무에서 흘러내리는 수액을 빨아 마신 덕분이었다. “허참 신통하다. 이건 하늘과 땅이 내린 신비의 생명수로구나” 도선의 입에서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도선국사와 고로쇠나무가 만나는 장면을 소설가 박혜강이 소설 도선비기를 통해 풀어놓은 그림이다. 백운산 자락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백운산 고로쇠에 얽힌 오래된 전설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도선은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에서 골리수(骨利水)라 불렀고 그것이 고로쇠의 처음 이름이다.

박혜강은 더나가 도선이 이 골리수를 통해 불이(不二)의 오묘한 법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즉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며, 너와 내가 둘이 아닌 불법의 세계를 보았다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도선은 사람이 죽어 흙이 되어 돌아가고 땅과 나무, 생명에 거름이 되고 다시 땅의 생명과 나무가 사람을 이롭게 하니 이 모두가 다 하나라는 이치를 깨우쳤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범상치 않으면 구르는 돌멩이를 보고도 세상의 이치를 아는 법이 아닌지. 도선에게는 삶도, 죽음도, 불법도 종국에 삼라만상이 하나라는 이치를 고로쇠와의 만남을 통해 확철대오하듯 깨달았으니 백운산 고로쇠는 도선의 삶에 있어 또 하나의 전환이었는지 모른다.

고로쇠는 건강수다.특히 젊음을 유지해 주는 성분이 있어 어르신들에게 좋다.

모름지기 지금 광양은 고로쇠 철이다. 백운산 자락이 품은 골골마다 고로쇠 약수에다 숯불구이와 함께 광양의 전통 음식으로 꼽히는 닭 숯불구이 익어가는 내음이 고소하기 그지없다.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채취하고 있으나 누가 뭐래도 고로쇠는 백운산이 고향이요 광양사람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이른 바 원산지이자 특허인 셈인데 이 같은 광양사람의 주장에 토 달 사람은 모르긴 해도 아마 거의 없을 듯싶다.

버려지듯 방치됐던 고로쇠나무에 이름을 준 것이 광양이요 그 효능을 먼저 알아 건강의 비결이 되게 한 것도 광양사람이기 때문이다.
농한기 농가소득에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으니 무릇 전국 각지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농가 입장에서는 광양사람에게 큰절이라도 올려야 인지상정 아닐까.

하지만 아쉽게도 고로쇠에 얽힌 전설은 비단 도선국사 뿐 아니다. 골 깊은 지리산에도 전설은 있다. 지리산 반야봉 반달곰이 포수의 화살을 맞았을 때, 산신령의 계시에 따라 골리수나무 수액을 마시고 깨끗이 나았다는 전설이 있고 갑자기 몸이 허약해진 마천 백무동에 사는 변강쇠가 이 이야기를 듣고 뱀사골에 찾아와 고로쇠나무 수액을 마시고 건강을 회복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이밖에 삼국시대 때 백제와 신라병사들이 지리산 전투 중에 목이 말랐으나 샘을 찾지 못하다가 화살에 박힌 나무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발견하고 그 물을 마셨더니 갈증이 풀리고, 힘이 솟아 전쟁을 계속 했다는 전설이 내려오기도 한다.

고로쇠나무는 해발 500~1500M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단풍나무과 활엽수다. 높이 20M까지 자라며 5월에 연한 황록색의 꽃을 피우며, 목재는 치밀하고 단단해 잘 갈라지지 않는다.
사전에서는 고로쇠나무(Acer pictum subsp. mono)는 낙엽이 지는 큰 활엽교목으로서, 높이는 20m에 이른다. 잎은 크고 얕게 갈라져 거의 오각형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는데, 각각의 잎조각들은 삼각형을 하고 있다.
잎조각들의 가장자리는 톱니가 없이 매끈하다. 꽃은 황록색으로, 양성화와 수술만 있는 수꽃이 섞여 5월경에 잎보다 먼저 피어난다. 열매는 큰 시과로, 날개가 거의 직각으로 벌어진다. 주로 산지의 숲 속에 많으며, 충청북도를 제외한 한국 각지에 분포하고 있다고 설명돼 있다.

고로쇠 수액은 고로쇠에서 나오는 수액을 말하며, 2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나오며 날씨, 온도에 따라 나오는 시기가 약간은 차이가 올 수 있다. 고로쇠 수액은 낮에 날이 풀리면서 흘려내는 것을 뽑아 낸  것으로, 봄만 되면 어김없이 수액이 나오는데 우수, 곡우를 전후해 날씨가 맑고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많은 수액이 나오지만 비가 오고 눈이 오거나 강풍이 불며 날씨가 좋지 않으면 수액 양도 적은 게 특징이다. 밤기온은 영하 3~4도, 낮기온은 영상 10도로 일교차가 15도 정도면 가장 많이 나온다.

고로쇠 수액에는 칼슘(Ca·63.8mg), 칼륨(K·67.9mg), 망간(Ma·5.0mg), 철(Fe), 마그네슘(Mg·4.5mg)이 포함돼 있다. 식수와 비교결과 칼슘은 약 40배 마그네슘은 약 30배나 많이 함유하고 있어 도선국사와의 인연이 단순한 전설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황산, 염소, 당분 등 10여종의 미네랄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고 1.8~2.0%의 당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고로쇠는 채취하고 오래 둘수록 단맛이 더 나는 특징이 있다.
고로쇠 약수는 숙취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내장기관의 노폐물 제거와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또 비뇨, 변비, 류마티스, 관절염, 위장병, 신경통, 피부미용에 효험이 크고 신장병, 이뇨작용에 특효가 있다.

산후통에 효험이 있으며 이 수액을 마시고 한증(사우나, 찜질)을 하면 노폐물이 빠져나와 성인병 예방에 좋다. 이만하면 도선국사가 ‘하늘과 땅이 내린 생명수’라고 한 칭송이 헛말이 아님이 증명되고도 남음이 있을 법하다.
백운산 고로쇠는 전국 최초로 정제시설를 도입해 한 없이 말고 당도도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