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 광양뉴스
  • 승인 2010.02.25 10:03
  • 호수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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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태금중 교장, 문학박사

서울아이들은 나비가 함평에서 날아온다고 한다. 왜냐하면 함평의 나비축제가 전국적으로 알려져 브랜드화되었기 때문이다. 나비축제는 함평이라는 보잘것없는 농촌을 전국에 알리는데, 21세기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는 생태환경이라는 아이템을 창출한 것이다.

그러나 나비축제가 지금은 성공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나비축제는 자연 생태환경 그대로가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축제 행사이기 때문에  같은 아이템으로 행사를 반복할 경우 언제라도 관심 밖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겨울에 여행한 뉴질랜드에서 나는 좋은 본보기를 보았다. 17년 전 여름에 뉴질랜드 북섬과 호주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보았던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과 목장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와 소떼들의 환상적인 풍경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아름다운 추억에 매혹되어 이번에는 뉴질랜드 남섬과 북섬, 그리고 호주를 열흘 동안이나 돌아다녔다. 우리 일행 중에는 나처럼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풍광에 매혹되어 두 번 이상 온 사람이 여럿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이 관광 자원이 된 것이다.

한국의 봄은 남녘의 꽃소식으로부터 온다. 광양의 매화꽃, 구례의 산수유꽃, 여수의 동백꽃과 진달래꽃, 목포의 개나리꽃, 영암의 벚꽃 등 다양한 꽃들의 축제가 펼쳐진다. 이러한 봄꽃들 중에서 가장 먼저 피는 광양의 매화는 봄의 화신처럼 눈보라치는 추위를 이겨내고 고고하게 꽃을 피워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더욱 환상적으로 만든다.

이런 점에서 광양의 매화축제는 한 폭의 아름다운 동양화 같은 섬진강의 경치와 화사하게 핀 매화꽃이 어우러진 빼어난 자연을 관광 상품화할 수 있는 것이다. 억지로 만들어 낸 축제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전국적으로, 아니 더 나아가 세계인들에게 알리자.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특히 사계절이 없는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인상적인 꽃구경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절이 바뀌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오는 곳이 섬진강가 매화마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매화축제를 통해서 이른 봄이 되면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광이 매화꽃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광양을 잊지 못해 또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관광 코스와 연계하여 관광 상품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

한파와 폭설이 내리는 겨울의 끝자락에 광양의 섬진마을에서 매화꽃이 피었다는 뉴스를 맨처음 보여줄 수 있도록 상징적인 조생종 매화나무도 가꾸자. 그리고 오래된 매화나무를 찾아내어 천연기념물에 버금가는 나무도 만들자. 전설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거라도 없으면 천년학을 촬영한 곳이라든지, 인기 있는 TV 연속극을 찍을 장소를 제공하여 유명 명소를 만들어보자.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아름다운 자연 축제에 억지 춘향 격으로 어울리지 않는 부대 행사가 많고, 더욱이 정치인이나 관료들의 얼굴 알리는 정치판이 돼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은 축제의 나라가 되었다. 지자체 장이나 의원들은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축제를 통해서 자기들을 홍보하려고 한다. 그래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매년 수많은 축제를 치루기 때문에 예산만 낭비하는 이름뿐인 축제가 너무 많다. 광양의 축제도 고로쇠약수제, 매화축제, 전어축제, 숯불고기축제 등 많은 축제들이 있다.

다시 검토하여 축소하고, 매화축제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치르어 이른 봄이 되면 매화꽃이 화사하게 핀 광양을 전국적으로 알리자. 그래서 영속적인 관광 상품으로 브랜드화하자. 꼭 필요한 축제가 있다면, 광양제철소를 비롯한 관련 기업체에 근무하는 이주민들과 광양의 원주민들이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이루어 살기 좋은 광양을 만들 수 있도록 광양제철소와 전남 드래곤즈가 주관하여 광양시민이 하나가 되는 ‘용광로 축제’ 같은 것이 있으면 좋을 듯싶다.

그러나 많은 예산을 들여 관 주도의 행사를 위한 불필요한 축제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