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쳐서 길러낸 농산물 판매할 순 없지요
농약 쳐서 길러낸 농산물 판매할 순 없지요
  • 박주식
  • 승인 2010.05.03 09:40
  • 호수 3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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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귀농 후 친환경 과수 재배하는 김영중 씨

우리지역 친환경농가를 찾아서

복잡한 도심생활을 접고 청정 백운산 자락아래 섬진강을 마주하고 터를 잡았으니, 세상에 뭐라서 부러움이 있을까. 늦게 시작한 농사지만 이제 손에 익으니 힘듦마저도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조건이다. 다압면 죽천마을에서 매실과 배, 밤을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김영중ㆍ안영자 부부. 이들이 이곳에서 농사를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이다. 당시 경기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들 부부는 뻔한 직장생활에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접고 김영중 씨의 고향인 이곳으로 귀농을 했다. 그때가 11년 전인 1999년. 물론 부인인 안영자 씨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었다.

도시를 떠나 벽촌으로 농사를 지으러 간다니 좋아 할 리가 만무했다. 애들 교육문제 부터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곧 남편의 뜻을 따랐고 그렇게 시작한 귀농이 이젠 아들딸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행복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김영중 씨가 선뜻 귀농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이 고향에서 배와 밤 등 과수농사를 짓고 있었기 때문. 그는 여기에 더해 귀농을 하기 3년 전 하동에서 생활하며 매실나무를 심고 가꾸며 귀농을 착실히 준비했다. 귀농과 함께 수입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다.

“이끌어준 선배들에 늘 감사 
 귀농은 사전 준비 우선돼야”

그러나 시골이 고향이라고는 하지만 처음 하는 농사일이 수월치 만은 않았다.
김영중 씨는 “처음엔 배나무도 유목이었고 재배 기술도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며 “지역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견학도 많이 다녔다”고 한다. 이후 그는 전남도와 시 농업기술센터의 각종  교육프로그램에 안 빠지고 참여하며 농사짓는 법을 배웠다. 또 배 연구회 활동 중 마을의 젊은이들 7명이 나서 광양에선 처음으로 인증된 무지개 작목반원으로 참여하며 지역 선배들에게 기술도 배우고 정보도 교류 했다. 스스로 준비를 하고 시작한 귀농에 주변의 도움과 끊임없는 그의 노력은 그의 귀농을 한결 수월하게 자리 잡을 수 있게 했다.
김 씨는 지역 선배들이 이끌어 준 부분에 늘 감사하며 자신도 배운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파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기술을 감췄지만 지금은 서로가 공유하며 같이 사는 시대다”며 “거래처를 잡더라도 물량이 연중 확보돼야 하고 공동판매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모든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만은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김 씨는 “10년 전엔 전망은 있었다. 그때 농산물 가격이 지금보다 좋았다”며 “농자재비 인건비는 배로 올랐는데 농산물 가격이 이에 따르지 못하니 농민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그때보다 영농기술이 많이 발전해 고품질의 상품을 생산하고, 전량 도매시장에 내다 팔던 것을 지금은 택배를 이용한 개인 직거래로 많이 판매 하다 보니 웬만큼 수입을 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한 친환경농업에서도 그는 모든 친환경농가들처럼 고가인 친환경 약제와 상품성이 떨어지는 문제, 제초문제 등의 애로를 겪고 있다. 하지만 ‘나부터서도 농약친 농산물은 안 먹고 싶은데 내가 농약 쳐서 길러낸 농산물을 남에게 판매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언제까지나 친환경농법을 고집할 생각이다.
먼저 귀농을 한 그는 후배 귀농자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도피처가 고향이라고 하지만 무턱대고 귀농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영중 씨는 “귀농을 하더라도 미리 준비하고 내려와야 한다. 유실수는 수확까진 5년이 걸리는데 그 기간은 무소득” 이라며 “소득이 없으면 생활이 많이 힘들어지는 만큼 반드시 귀농하기 전에 미리 귀농과 함께 수입이 발생할 수 있도록 준비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중 씨는 요즘 예년에 없던 날씨 탓으로 걱정이 많다. 매실이 냉해 피해를 입은 데다 수정이 제대로 안 돼 착과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배도 수정 시기에 바람이 불고 비오는 날이 많아 착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그마저도 냉해 피해를 입어 상품성과 수확량을 보장할 수 없다. 김 씨는 “아무 대책 없이 막막하다. 지금은 과일이 많이 안 커 조금 기다려 봐야 알겠지만 정상 수정이 안 됐으니 상품에 불량률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재해보험을 든 농가는 농협에서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보험을 안든 농가는 아무 대책 없이 하늘만 바라만 보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우선 피해조사부터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3천평에 매실 5천평, 밤 5ha의 과수농사를 짓는 김영중ㆍ안영자 부부는 고생은 되지만 비슷한 또래의 직장인 보다 나은 수입에 나름대로 여유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사일에 만족하고 있다.
도시를 떠나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농업을 일구며 고향을 지키는 이들 부부가 언제까지나 행복한 친환경농업 파수꾼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