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엄마라 부르는 선생님
아이들이 엄마라 부르는 선생님
  • 지정운
  • 승인 2010.05.17 09:28
  • 호수 3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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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희 골약초 병설유치원 교사

먼 기억 속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귀여운 손자들을 바라보면서 ‘내 새끼, 예쁜 내 강아지’라는 애칭을 사용했다. 한없이 사랑스럽고 모든 것이 예쁘기만 한 아이들을 이름으로 부르기엔 뭔가 부족했기에 그런 표현이 나왔으리라.

골약초등학교(교장 정초기) 병설 유치원에 들른 지난 11일 오후 3시, 간식을 먹고 있던 유치원 어린아이들이 한 선생님에게 다가가 부둥켜안고 “엄마, 다 먹었어요”라고 말한다. 한 아이가 “엄마”라고 하자 옆에 있던 서너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며 선생님을 둘러싸고 “엄마”를 외쳐댔다. 그러자 선생님도 자연스럽게 “그래 내 강아지, 다 먹었어?”라며 등을 다독여 준다.
조그만 아이들이 ‘엄마’ 라 스스럼없이 부르는 선생님은 골약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로 재직 중인 서진희 교사.

그는 1985년 순천 상사초등학교에서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25년을 유치원 어린이들과 함께했다. 베테랑이다. 특기는 안아주기다.
서 교사는 아이들이 등원할 때, 싸울 때, 밥 먹기 싫다고 투정할 때, 칭찬이 필요할 때, 아파할 때 등 언제나 웃는 얼굴로 살포시 안아주면서 속삭인다.

이렇게 쓰다듬고 토닥거리며 아이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장차 이 아이들이 선생님에게서 듬뿍 받은 사랑을 토대로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게 하기 위한 마음에서다.
이 같은 서 교사의 가르침은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는 아이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으려는 섬세한 배려로 작용하게 된다.

서 교사가 골약초등학교에 부임한 것은 지난해 3월.
당시 골약초등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해 복식학급 운영을 걱정해야 할 처지였으며, 유치원도 언제 폐원할지 몰라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자료실도 없고, 칙칙한 색상의 키가 큰 교구들로 가득한 유치원은 답답함 그 자체였다.
설상가상으로 전입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실시한 입학식에서 “작년 선생님은 어디가고 늙은 선생님이 와 있느냐”는 학부모들의 따가운 시선까지 받아야 했다.

그러나 서 교사는 성실한 자세와 항상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엄마처럼 따뜻하게 대했다.
직접 페인트 붓을 들고 교실을 색칠하고 교재와 교구 등을 수리해 유치원 교실을 아늑한 집처럼 변화시켜 나갔다.
이뿐 아니다. ‘1-1-1 발표하기(1일 1회 이상 1분 발표)’와 직접 체험을 통한 기본생활습관 지도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해 아이들의 행동에 변화를 줬다. 유치원을 궁금해 하는 부모들에게는 유치원 수업장면을 볼 수 있도록 했으며, SMS문자를 이용해 아이들의 상황을 수시로 알려주는 등 마음을 열고 교실을 오픈했다. 그 결과 ‘믿음과 신뢰’라는 선물을 받으며 부임 당시 9명이던 유치원생들이 현재 22명으로 불어났다.

서 교사는 이 같은 성과에 대해 “특별히 교장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오늘이 가능했다”며 공을 돌렸다. 그는 또 “특별히 아이들을 대하는 교육철학 같은 것은 없다”며 “단지 내 아들, 딸이라 생각하고 대하는 게 전부다”고 말한다.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김미진 씨(31)는 “서 선생님은 아이들을 대함에 사명감을 가지고 늘 한결같다”며 “학부모들에게도 존경과 사랑을 받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22명의 ‘귀여운 강아지’들과 항상 웃으며 사랑으로 지내는 서 교사의 제자 사랑이 작은 시골 유치원을 어떻게 변화시킬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