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이 무슨 죄라고!
담장이 무슨 죄라고!
  • 광양뉴스
  • 승인 2010.07.05 09:32
  • 호수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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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사)광양자치포럼 사무국장
조두순, 김길태, 김수철…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아동성폭행사건으로 세상이 뒤숭숭하다. 특히 학교운동장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터지면서 느닷없는 학교 담장이 세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가장 신성해야할 교육의 현장인 학교라는 공간을 일차적으로 지켜주는 담장이 어느날 사라지고 지역사회와 열린공간을 추구하면서 범죄자가 학교공간을 마음대로 활보하고 다녔다는 인식에서 시작된 담장논란. 느닷없이 아동성폭행의 모든 책임을 담장이 뒤집어쓴 형국이다.
제2의 김수철을 막아야한다며 언론과 정부당국은 헐었던 담장을 다시 세우고 CCTV와 경비원을 세워야한다며 요란을 떨고 있다.

그리고 화학적 거세를 포함한 성범죄자에 대한 모든 합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되는 성폭행범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이 빠진 느낌이다. 성범죄자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로 전자팔찌를 채우고 화학적 거세와 출소 후 주거지제한 및 인터넷을 통한 신상공개 등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는 것 또한 나름 의미가 있다하겠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만으로 범죄자의 재범률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런데도 학교에 담장세우고 CCTV 달고 성범죄자 처벌을 위한 현행법을 개정하는 등 야단법석을 떠는 뒤에는 분노한 국민에 대해 ‘급한 불이나 끄고보자’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문제의 본질을 한참 벗어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술 더 뜨는 언론은 교육현장을 마구잡이로 파헤치며 오늘날 벌어진 백주대낮의 파렴치한 범죄가 없어진 학교담장 탓이라고 연일 떠들어댄다. 그리고 전문가의 판단이라며 내놓은 성폭력예방대책이라는 것도 황당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다.

‘상황적 예방’이 가장 중요하니 ‘가장 바람직하고 강력한 예방법은 부모가 늘 함께 있어주는 것’이 전문가가 내놓은 아동성폭력예방 대책이다. 전적으로 어린이가 성폭력에 희생되는 것은 부모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는 것이다.

지금껏 발생한 대부분의 아동성폭력은 아이 혼자 방치되면서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방과 후 갈 곳이 없는 아이가 학교운동장을 배회하고 놀이터에서 혼자 놀거나 나 홀로 집에 있다가 있어서는 안 될 일을 당했다.

왜 그랬을까? 가장 단순하게 부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모가 아이 옆을 지켜주면 아이가 범죄적 상황에 처할 기회자체가 없어진다. 세 살짜리도 알만한 이 단순한 논리가 전문가가 주장하는 가장 강력한 예방방법이란다. 왜 아이의 옆에 부모가 없는지를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고 그보다 더한 것은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의 교육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 가에 대한 문제이다.

열린학교는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책임성을 실현하고자하는 것이다.
그 열린 학교는 아이의 교육을 단순히 부모의 책임에 두지 않고 사회와 국가가 담당해야할 공공재라는데 주목한다. 방과 후 갈 곳이 없어 방치된 아이들을 지역사회가 안아 들이고 함께하기 위해 지역아동센터 등이 만들어졌고 바우처제도를 비롯한 많은 방과 후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종부세 폐지와 현정부의 수월성 교육강화에 따라 다양성교육과 저소득계층의 자녀를 위한 지원과 제도는 제자리를 맴돌거나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의 공통된 인식이다. 결국 이러한 사회의 책임방기가 담장이 뒤집어쓴 아동성범죄의 진짜 범인인 셈이다.

다시 말하면 혼자 방치됨으로 인해 성범죄라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을 생계문제로, 또는 어쩔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로 아이와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회가 나서 그런 아이들을 안아주고 함께하며 미래의 사회구성원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야한다.

학교담장 탓을 할 때가 아니라 공교육과 교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 냉정하게 짚어 보아야한다.
조두순과 김수철, 김길태는 일차적으로 짐승보다 못한 인면수심의 범죄자라면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고 아동의 부모 탓만 늘어놓는 사회는 더 질이 나쁜 범죄자다.

그리고 침을 튀기며 조두순과 김길태, 김수철에 이어 학교담장에 책임 전가하고 있는 우리 또한 쉴 새 없이 일어나는 이시대의 아동성범죄의 방관자이며 혹독하게 본다면 방조자다.
담장이 아니라 우리를 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