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무서움
거짓말의 무서움
  • 광양뉴스
  • 승인 2010.09.06 09:31
  • 호수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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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태 새삶교육문화연구원장

필자는 작년 이맘때 모 지방지에 ‘거짓말 공화국’이란 제목으로 기고를 하면서 서두에 이렇게 쓴 일이 있다. ‘지난날엔 아이들에게 “거짓말 하지마라”고 가르쳤다. 오늘날엔 “거짓말 잘 해야 출세하고 성공 한다”라고 가르쳐야 할 판이다. 정직이란 낱말이 우리 일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신 거짓말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 글을 쓴 배경이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정운찬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병역기피, 위장전입, 겸직금지법위반, 논문이중게재 등 비리, 불법에 대한 문답에서 들어난 후보자의 거짓 증언, 곧 거짓말을 보면서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역겨웠던 것이다. 케케묵은 말이지만,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막중한 자리에서 한 나라의 정사를 책임질 사람이라기보다 시정잡배만도 못한 인격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역겨움을 한 해가 가시기 전에 또 곱씹어야 했다. 작년엔 소위 양반향이라는 충청도 출신에 서울대 총창을 지낸 엘리트 중 엘리트였는데, 금년은 경상도 출신에 소장수 아들이 각고면려 40대 중반 젊은 나이에 재상의 자리를 거쳐 장차 이 나라의 제1인자를 넘보는 경우였다. 이번의 국회 청문회는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총 10명의 장ㆍ차관급 고관들의 도덕성, 정책 수행능력을 검증하는 자리였다.

솔직히 필자의 눈에 비친 그들은 한 두 사람 빼고는 국무총리나 장차관은커녕, 일개 통반장 자격에도 미달하는 자들이었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들은 모두가 범법자이면서도 그것을 감추려고 온갖 거짓말을 뇌까려 국민을 속이려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세상 사람으로 거짓말 안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아이가 7,8세가 되면 곧잘 거짓말을 한다. 그 보다 어릴 적엔 공부를 하지 않고 밖에 게임에만 열중하는 아이를 나무라면, “엄마, 조금만 더해도 되지, 응?”하면서 엄마의 허락을 받으려 한다. 그런데 조금 더 머리가 커지면, “엄마, 나 숙제 다 했어” 또는 “오늘은 숙제 없어요”라고 거짓말을 한다. 하긴 이런 것도 따지고 보면 하나의 능력이다.

거짓말의 종류도 가지가지인데. 그 중엔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짓말도 있다.  우리가 만일  생각하고 있는 것을  몽땅 그대로 말하거나 행동을 한다면 이 사회가 제대로 서질 못할 것이다. 다만  거짓말 재능을 자기변호에 사용하거나 타인을 해치는 데 사용해선 안 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거짓말이란 남을 속이려는 의도로, 또는 흔히 비밀이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나,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진실이 아닌 말이나 행동으로 타인을 기만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국무총리 지명에서 낙마한 김태호의 경우는 한 두 사람을 기만하려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을 속이려 한 것이다.
지난 8월 31일자 뉴욕타임스가 그 소식을 전하는 글을 이렇게 시작했다. ‘남한의 국무총리 내정자 김태호가

뇌물 공여자로 유죄판결을 받은 한 사업가와 관련된 일에 관해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을 받아 일요일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위시하여 여러 면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곧 이어 G20 회의를 주재할 나라이다. 그 나라의 국무총리로 내정된 자가 ’거짓말‘ 때문에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 이것을 저 뉴욕타임스가 온 세상에 널리 알렸다. 그가 대한민국에 끼친 손상이 얼마인지 알까? 더구나 그를 내정한 사람은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초록이 동색이라서 억울하다고 생각하지나 않았으면 천만다행이겠으나,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다.

프랑스의 육아교육문제 전문가이며 ‘아가와 부모의 사랑의 세계를 이룩하기 위한 유유아기’라는 명저를 저술하여 의학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로란스 페르누(Laurence Pernoud)가 그의 저서에서 어린이에게 절대 해선 안 될 말로 ‘거짓말’을 들고 있다. 거짓말이란 낱말 자체를 어린이 앞에서 말하지 않음은 물론, 아이들 보는 데서 다음과 같은 무의식 주에 하는 거짓말을 해서 안 된다고 엄하게 말한다. 이를테면 전화로 “지금 제 남편은 집에 없어요”라고 말하는 따위. 뻔히 남편이 아이와 자기 눈앞에 있는데도... 공부 잘 하라고 말하기 전에 거짓말 안 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참 자녀교육이라는 것이다. 제2의 김태호가 나오지 말았으면 하는 노파심에서 뻔한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