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만 남은 애국지사 황원의 묘
묘비만 남은 애국지사 황원의 묘
  • 지정운
  • 승인 2010.11.15 10:05
  • 호수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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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계 인사들 “가묘 설치해 알려내야”
매천 황현의 죽음은 동생인 석전 황원의 사심없는 기록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매천은 사삼주에 아편을 타서 마시고 자결을 시도한 다음날 아침 가족들이 달려와 응급조치를 시도하려 했으나 이를 모두 거부하고, “약을 먹을 적에 입에서 뗀 적이 세 번이었구나. 내가 이렇게 어리석은가?”라는 말을 동생 황원에게 한다. 황원은 이 광경을 기록에 남겼다. 음독을 하며 주저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형의 모습을 사실대로 기록한 것이다.

 ‘매천 황현을 만나다’의 저자 이은철 광양제철고 교사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에 반해 매천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며 “황원 선생이 죽음 앞에 번민했던 형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에서 신뢰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매천의 모습은 동생 황원에 의해 우리에게 다가 왔음을 이은철 작가는 강조하고 있다. 매천보다 15살 아래의 동생인 그는 매천의 사랑을 받으며, 매천을 스승 삼아 성장했다. 그는 형이 순절한 지 34년 후인 1944년 신사참배를 반대하며 동네 저수지에 몸을 던져 순절하게 된다. 

광양시는 그동안 봉강면 석사리에 매천 선생의 생가를 복원하고 묘역을 정비해 유적공원으로 조성하는 등 매천 선생과 그의 정신을 광양의 표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오늘의 매천을 있게 한 동생 황원의 존재는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유적 인근에 방치된 황원 선생의 묘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황원 선생의 묘소는 지난해 봄 무렵 국립 대전 현충원으로 이장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는 묘비만 남아있는 상태다. 황원 선생의 묘소는 매천 유적공원 묘역에서 동쪽으로 약 50미터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나무 등걸 사이로 묘비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묘비마저 유실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에 대해 옥룡면에 거주하는 정순배(64)씨는 “바로 옆에 매천 유적공원이 조성된 만큼 시가 나서서 황원 선생의 묘에 가묘라도 만들어 사람들이 알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씨는 또 “현재 광양시의 매천 관련 사업은 온통 매천에 집중돼 있다”며 “오늘의 매천이 있게 한 황원 선생의 공적을 조명해 광양지역의 인물로 되살려 내야 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정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