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와 의회, 동반자 관계는 요원한가
집행부와 의회, 동반자 관계는 요원한가
  • 이성훈
  • 승인 2006.09.13 16:01
  • 호수 1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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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와는 냉철한 판단과 건전한 비판을 통해서 견제와 균형이 조화를 이루는 동반자적 관계를 서로 유지하는 등 화합하는 민주의회가 되도록 다같이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3일 김수성 광양시의회 의장이 발표한 개회사 일부다. 의회와 집행부가 동반자의 관계로 5대 의회를 이끌겠다는 김 의장의 의지가 엿보인 대목이다. 그러나 지난 11일 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193회 의원간담회에서는 과연 의회와 집행부가 동반자 관계인지 의심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회계과에서 보고한 상임위설치관련 청사배치계획안이 그 예다. 이날 간담회에서 맨 마직막 안건으로 보고된 청사배치안은 총 6개의 방안이 나왔다.

당시 김 의장은 시간 관계상 청사배치 방안에 대해 의사과와 회계과가 의견을 조율한 뒤 의회에 보고하면 의원들이 협의를 하겠다며 진행의 융통성을 보였다. 회계과에서도 여러 방안에 대해 핵심적인 부분만 보고하는 등 이때까지는 별 무리없이 진행됐다.

문제는 약식 보고가 끝난후 조금씩 불거졌다. 보고안건을 하나 둘씩 둘쳐보던 의원들이 갖가지 안에 대해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의원들이 제기한 골자는 결국 의원실이 비좁다는 것이다.

이는 의사과가 의사국으로 바뀔 경우 공무원수가 늘어나고 상임위가 설치되면 상임위원실이 3개가 추가로 늘어나는 등 현실적으로 현재 의회동을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집행부에서도 충분히 공감하는 사안이다.

현재 시청 뒤에 있는 구 산업은행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컨부두 공단은 내년 5월 마린센터가 완공되면 그곳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의회는 결국 내년 5월 이후에나 구 산업은행 건물로 자리를 옮겨 의회 활동을 할 수 있다. 앞으로 1년 정도는 어느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할 처지다. 

어떤 의원은 5가지 안건중 구 산업은행자리로 의회 일부를 옮긴다면 앞으로 또다시 이사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으로 돈이 낭비되니 현 컨부두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1, 2층을 3, 4층으로 당장 옮기고 의회가 그쪽으로 가자고 주장한다. 얼핏 예산낭비 문제를 살펴보면 수긍할 수 있지만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발언이다.

컨공단을 광양에 유치하기 위해 시와 시의회에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 가뜩이나 힘을 실어줘야할 컨공단을 일년도 남지 않은 마당에 옮기라는 소리가 타당한지 의심스럽다.

결국 이날 결정은 의사과와 회계과가 의견을 조율하라는 김 의장이 처음 약속을 뒤집고 바로 결정이 났다. 이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면 한도 끝도 없다는 결론에서였다. 안은 3안으로 결정됐다. 집행부 한 부서가 산업은행 건물로 나가고 그 자리를 의회에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 여러 의원들과 집행부가 의견을 나누면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김 의장은 처음처럼 의사과와 회계과가 조율할 수 있도록 안건을 보류했어야 옳았다.

3안이 결정나자 박성옥 총무국장과 염동일 회계과장이 수차례 발언의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으나 여지없이 묵살당했다. “우리가 이렇게 결정했으니 집행부에서 처리하시오”라는 말만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오만방자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과연 집행부와 의회의 동반자적 관계인가?

의원들은 처음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않았으면서도 아예 집행부의 추가 설명 자체는 들을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이 안건에 대해서 만큼은 김 의장이 개회사에서 밝힌 ‘냉철한 판단’도, ‘건전한 비판’도, ‘견제와 균형’도 완전히 사라진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김 의장은 이날 두가지 실수를 범했다. 집행부 보고시 얘기했던 의사과와 회계과 의견 조율을 뒤엎은 것과 집행부 의견을 묵살한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집중해 있어야할 행정부에서 한 부서가 따로 떨어져 나가는 것 또한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의회가 차라리 대승적 차원에서 “일년만 조금 고생하면 되니 현재 있는 불편하더라도 의회동을 나눠서 쓰겠다”또는 “의회에서 일부 구 산업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활동하겠다”라고 집행부에 힘을 실어줬으면 어땠을까? 집행부에서는 분명히 역시 5대 의회가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조그마한 가정에서도 이사를 하려면 수많은 준비와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런데 광양시를 견제하고 이끌어야 할 시의회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일을 성급하게 처리해서야 되겠는가. 지금이라도 시의회는 이 안건에 대해 심사숙고 해야한다.
 

입력 : 2006년 07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