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이런 민감한 시기에 벌목이라니”
“하필이면 이런 민감한 시기에 벌목이라니”
  • 박주식
  • 승인 2011.11.21 09:13
  • 호수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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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백운산 숲가꾸기 간벌 ‘빈축’

서울대 남부학술림이 관할지자체인 광양시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중흥사 인근 임야 38ha에 대해 벌목을 자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광양시와 서울대 남부학술림 등에 따르면 서울대 남부학술림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옥룡면 운평리 산27번지 38ha에 대해 간벌(솎아내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서울대 남부학술림이 산림청 산하 순천국유림관리소와 ‘서울대 학술림 숲 가꾸기를 위한 공동협력 협약’에 따른 것. 순천국유림관리소와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남부학술림은 지난달 24일 학술림 숲 가꾸기 사업을 위한 사전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서에 따르면 서울대 남부학술림은 서울대 학술림 숲가꾸기 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필요한 국유림을 제공하고, 순천국유림관리소는 사업시행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는 것으로 돼있다.
또 사업지에서 생산된 숲 가꾸기 산물은 서울대 남부학술림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서울대 남부학술림은 사업시행과 관련한 행정사항 및 민원에 대해 책임 처리할 것을 규정했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진행되는 동안 광양시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순천국유림관리소는 10월 27일 광양시장(산림녹지과장)을 수신자로 ‘관내 숲 가꾸기 사업시행 통보’ 전자공문을 시행했으나 이 공문은 광양시에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대규모 간벌사업을 하면서 관할지자체 조차 모르게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관련법을 떠나 시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반면 순천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예의상 알고 있으라고 보낸 공문이다. 접수가 되고 안 되고는 중요치 않다”며 “국유림은 국가기관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지 법적으로 시에 통보를 해줘야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나친 간벌과, 백운산 무상양도 불가를 두고 지역여론이 민감한 이때에 꼭 숲 가꾸기 사업을 했어야만 하느냐는 것이다.
학술림 숲 가꾸기 사업 현장엔 수십 년 된 편백나무와 소나무가 잘려져 있어 전문가 견해를 떠나 누가 봐도 목재를 생산하기 위한 사업으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편백 숲을 조성한다는 곳마저 굵은 나무는 베어내고 어린나무만 남겨놔 이 같은 의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박병관 도심숲가꾸기 사무국장은 “말이 솎아내기지 현장은 우량목을 다 베어냈다”며 “수목생장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면 자연 상태로 두고 잡목이나 제거하며 학술연구나 할 일이지 솎아내기를 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질책했다.

반면 시민행동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백운산의 서울대 남부학술림 관리에 무심했다고 판단하는 시민행동으로선 서울대가 이제라도 숲 가꾸기로 관리에 나선다는 인식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남부학술림은 아름다운 숲을 가꾸기 위해 설계에 따라 작업 진행했다는 답변이다.
남부학술림 관계자는 “1921년도에 2.5ha의 편백나무 숲을 조림했는데 환경적으로 생태적으로 조건이 좋아 8ha의 편백나무 숲이 자연 번식된 상태”라며 “큰 나무를 벤 곳은 편백림 조성을 위한 지역으로 자연치유의 숲으로 조성해 향후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순천국유림관리소에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으나 광양시가 몰랐다면 공문이 시로 전달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듯하다”며 “나무가 빽빽하면 위생적으로 안 좋아 병이 들고, 고사할 수도 있음에 따라 이를 해소하기위해 솎아내기를 한 것인 만큼 좋은 취지로 이해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