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사와 함께한 ‘1박 2일’
일본대사와 함께한 ‘1박 2일’
  • 이성훈
  • 승인 2012.03.26 09:35
  • 호수 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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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도 광양시 명예통역관

소감문

지난 16일 아침 8시. 아이폰의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아침부터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제15회 광양국제매화축제에 초청된 일본대사를 보좌하면서 통역 자원봉사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광양시 명예통역관에 뽑힌 후 첫 임무를 일반 관광객도 아닌 주한 일본대사를 담당하니 심장은 땅콩마냥 작아져 있었다. 대학 졸업 후 근 5년간 일본어를 제대로 사용해 본적이 없었기에. 망신이나 되지 않을까 걱정 되었던 건 사실이다.

방문할 일본 대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중 가슴을 싹 쓸어내리는 문구를 발견하였다. ‘유창한 한국말 실력’ ‘통역원 필요 없는 일본 대사님’…기사마다 통역원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이다. TV에서 볼 때도 한국말을 연습해서 저 정도 까지 하는 구나 생각했었는데, 여러 동영상을 보니 정말 잘한다는 것을 느꼈다. “올레~~!”

첫 만남

여수공항에 도착한 우리 통역원 일행은 각국 대사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와 흐린 날씨 때문에 광양에 온 첫 이미지는 그야말로 꽝이었다. 천재지변을 탓할 순 없지만 광양시민으로서 괜스레 날씨에 투정부리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드디어 각국 대사들이 도착라인을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부부동반으로 오신 분들 사이에 제일 가벼운 차림으로 숄더백 달랑 하나만 들고 온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 들리는 말은 한국이지만 역시 마음가짐과 깔끔한 성격은 일본 사람임을 느꼈다.

차안에서 알게된 인연

차로 이동 중 광양시의 자랑인 월드마린센터와 거대한 자유무역지구, 그리고 광양과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와의 첫 만남은 흐린 날씨 속에 묻혀 말로 보여드렸어야 했다. 무토 대사와 이런 설명을 하던 중 일본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하니 무토 대사의 자제분도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대학인데 대사 자제가 다녔다는 것도, 게다가 데 3년 선배라 하니…. 이렇게 기막힌 상황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오랫동안 일본어를 못했다고 하니 무토 대사는 연습할 겸 일본어로 하자며 제안을 했다.

이렇게 까지 친근하게 대해주지 않았다면 일정 내내 꿀 먹은 벙어리마냥 옆에 서있기만 했었을 것이다. 다른 대사들은 영어로 소통하였지만 대사님과는 일본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기에 내가 맡은 일본어가 조금 특별해 보였다.

유창한 외국어 실력

무토 대사는 한국어뿐만이 아니라 영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영어야 대사들에겐 기본이겠지만 한국어까지 겸비했으니, 주한대사로서는 최고의 역량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한국과의 어떠한 상황에서도 통역원의 말을 빌려서가 아닌 본인의 마음을 담아 진심을 표현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언어를 습득함에 있어서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무토 대사와 같이 다니면서 나눈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이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이고, 다시 나중에 보더라도 편하게 인사드릴 수 있음을 느꼈다.
방문 둘째 날인 17일.

대사들은 메인 행사인 매화축제장으로 이동하여 홍쌍리 매실농원도 둘러봤다. 아직 만개하진 않아 아름다운 매화마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상상속에 그려지는 매화마을 모습이 선하고 아름답다고 칭찬했다.
개회식에서도 매화에 대한 설명을 유창한 한국어로 설명해주실 때에도, 어떻게 매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부터 여러 설명을 곁들여 설명해 주실 때마다 정말 좋아하시는구나를 느꼈다.

매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 드시는 모습과 관광객들과 자유롭게 어우러져 축제장을 돌면서 여기저기 구경하시는 대사님은 여느 관광객과 다름없는 순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곧 매화가 지면 벚꽃이 만개할 것이다. 일본의 국화인 벚꽃을 보면서 무토 대사도 향수에 젖고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또 올해 광양에서 열리는 월드 아트서커스 페스티벌을 비롯한 2012 여수해양엑스포, 2013 순천 정원박람회 까지 굵직한 국제행사들이 많이 있어 무토 대사의 왕래도 잦을 것 같다. 좋은 인연으로 다음에는 정말 제대로 된 통역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드리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