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현장에 구경인파 자제해주길... (김재홍광양소방서광영파출소소방사)
재난현장에 구경인파 자제해주길... (김재홍광양소방서광영파출소소방사)
  • 광양신문
  • 승인 2006.10.09 17:43
  • 호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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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지만 팔도에 제일가는 절경보다 더 재미있는 구경이 있다면 아마 ‘불구경’일 것입니다.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절박한 상황일지 몰라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그저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요즘의 사회풍토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선에 근무하고 있는 소방관의 한 사람으로서 소위 이러한 구경인파들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화재현장은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가스통이 폭발하기도 하고 건축물이 붕괴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진압하는 소방관들조차 안전장구를 철저히 착용하고 접근합니다.

그러나 실제 화재현장에 출동해 보면 그러한 위험성을 모르고 화재현장에 가까이 접근하는 구경인파들이 적잖이 있어 진압활동을 펼치는데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좁은 통로를 가로막고 서있어 소방관들의 이동을 방해하기도 하고 이들을 대피시키느라 진압작전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구조?구급 활동시에도 구경하는 시민들로 인해 저희 활동에 지장을 받기도 합니다. 차량소통을 방해하기도 하며 일부러 현장을 보기 위해 서행하는 차량들로 인해 구급차의 현장 진입이 방해받기도 합니다.

화재나 재난 현장은 결코 구경거리가 될만한 아름다운 광경은 아닙니다.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가기도 하며 평생 모은 재산을 한줌의 재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는 싸늘하고 잔인한 광경입니다. 한 때 TV와 신문을 도배했던 "함께 사는 사회"는 이러한 현장에서 조금이나마 이웃을 생각해주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일선의 한 소방관이 시민들의 조금만 협조를 부탁드리는 간곡한 마음에서 글을 올립니다.
광양소방서 광영파출소 소방사 김재홍
 
입력 : 2006년 02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