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한 새만금 생태기행
아이들과 함께 한 새만금 생태기행
  • 광양신문
  • 승인 2006.10.09 18:09
  • 호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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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한광양환경운동연합간사
지난 25일 토요일, 아직은 차가운 봄바람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꺼져가는 새만금을 느껴보겠다는 40여명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법원 판결로 인해 새만금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 버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재앙을 가져다 줄 지 알 수 없는 ‘끝물막이 공사’가 시작되었기에 새만금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위해 모인 것이다.

버스에 몸을 싣고 3시간 남짓한 여정을 마친 끝에 우리는 새만금의 생명을 살리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한 예술가가 손수 깎아 세워 놓은 수많은 장승들과 여러 시민들이 세워 놓은 솟대가 있는 해창 갯벌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갯벌과 바다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차멀미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에 더 기뻐하는 듯하였다. 하지만 이내 아이들은 바다와 하나가 되었고, 바닷가를 거닐며, 돌을 튕기기도 하며, 그리고 갯것들을 관찰하며 어느새 새만금과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연을 느끼는 시간을 가지고, 한 습지 전문가(환경운동연합 습지보전팀 김경원 팀장)와 함께 새만금을 더 알고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가만히 소리죽여 바람 소리도 듣고, 장승을 껴안은 채 새만금이 살아나기를 기원하는 과정을 통해 지켜본 아이들의 눈은 바다와 갯벌 그리고 새만금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새만금이 갯벌이 자연이 계속 살아 숨쉬기를 염원하는 눈빛이었다.

각자 장승 하나씩을 껴안고 가만히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염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으면서 앞으로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르는 새만금에 대한 아쉬움과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생각에 눈물이 글썽이기도 하였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우리는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먹었다. 점심식사가 끝난 뒤 잠시 쉬는 동안, 도시에서 컴퓨터에 TV에 익숙해져 자연을 모르고 지내온 아이들이었지만그들은 이내 곧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버려진 통나무를 굴리기도 하고, 공터에서 닭싸움을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놀이공원이 공장이 그들의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이 라는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가 있었다. 어른인 우리가 아이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닌 자연임을…


곧 자리를 옮겨 일년에 큰 사리 때만 물에 잠긴다는 어느 갯벌로 향했다. 물론 지금은 방조제 덕분에(?) 아주 말라가는 중이었다. 갯벌을 말랑말랑하게 굳어있었다. 계속해서 안내해주신 습지 전문가님의 설명에 따라 우리 모두는 그동안 우리네 몸을 죄어오던, 본디 흙과 하나였던 우리는 흙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지고 갯벌을 직접 느껴보았다. 처음 아이들은 더럽다면서 벗으려하지 않았으나, 몇몇의 어른들이 벗기 시작하자 자연스레 따라 벗기 시작했고, 이내 흙으로부터 전해오는 따스한 온기를 매우 기쁘고 신기하게 받아들이는 듯하였다. 끝없이 펼쳐져 지평선이 보이는 갯벌에서 아이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뛰어가기도 하고, 갯벌을 잠시 빌려 작품을 빚기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말라죽어버린 게와 뭇생명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자연스레 새만금 간척공사가 무엇인지, 문제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알아가는 듯하였다.

갯벌 생물들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도 갯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체험을 마치고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새만금에 오는 동안 버스에서 지친 모습을 보여주었던 아이들은 자연의 기운을 받아 광양으로 오는 동안 올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연의 힘이 이런것이 아닐런지.

굳이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깨닫고 있었다. 새만금 사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아니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지를 말이다.
 
입력 : 2006년 03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