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일기] 기적처럼 살아가기…
[주부일기] 기적처럼 살아가기…
  • 백건
  • 승인 2007.01.10 23:05
  • 호수 1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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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기적”이란 거창하지 않습니다. 우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해도 기적입니다. 나는 수천분의 일이라는 확률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아침이면 일어나기 싫은데 저절로 잠에서 깨
어납니다. 그것자체가 기적입니다.

왜냐하면 계속 잠을 잘 수도 없거니와 계속 잠을 잔다면 식물인간 상태이거나 죽음의 상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창밖으로 해가 뜹니다.

해가 뜨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온통 어둠뿐일 것입니다. 그러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침이면 해가 떠오릅니다. 학교를 가거나 또는 직장에 나가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그런데 이웃집 아주머니 혹은 옆동네 아저씨, 같은 학교 친구 등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마주치게 됩니다.
 
어젯밤 자면서 소원하고 기도하지도 않았는데 아침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마주친 것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많은 사람들과 같이 하는게 너무 많다는 겁니다.

내리쬐는 햇빛도 같이 받고 들이마시는 공기도 같이 마시고 각자가 먹는 밥도 똑같은 땅에서 난 쌀로 지어졌고 매일 마셔야 하는 물도 똑같은 물입니다. 각자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렇게도 같이 하는 일이 많을 수 있을까요?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일이 그야말로 기적입니다. 기적은 이루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그냥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행복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루하루 일어나는 기적들을 마주치는 내 자체가 행복입니다.
 
요즘 “웰빙”이 유행어입니다. 행복하게 잘 사는 방법을 뜻하는 말인가 봅니다. 웰빙(Well Being)이란 문자 그대로 “잘(Well) 존재하기(Being)”란 뜻입니다.

돈을 주고 무엇을 사서 행복해 하기 보다는 매일 일어나는 기적들을 바라보는 나의 존재가 곧 웰빙이 아닐까요? 무심하게 지나쳤던 일상생활의 일들을 기적처럼 바라볼 수 있다면 내가 “웰빙=잘 존재하기”를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어느 비구니(여자스님)가 썼다는 시를 읽어봅니다.

하루종일 봄을 찾아도 찾지 못하고/
신발이 다 닳도록 온 산 헤맸네/
집으로 돌아와 매화 밑을 지나는데/
매화가지 끝에 봄이 이미 와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