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가 있기에 행복한 그들
검도가 있기에 행복한 그들
  • 정아람
  • 승인 2012.11.12 09:28
  • 호수 4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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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검도관 여성 검도인 5인방의 하루
왼쪽부터 배순형(31), 구정애(34), 최영선(39), 김기미(57), 이연지(31)

“차렷, 국기에 대한 경례” 새벽 5시50분. 중동 금광아파트 상가 4층에 있는 초당 검도관에 새벽을 깨우는 불이 켜졌다. 국가대표와 파일럿의 꿈을 꾸고 있는 학생부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주부들까지 많은 꿈들과 목표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초당 검도관 검도인들의 하루는 그렇게 태극기를 바라보며 시작된다.

유난히 태극기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그들. 바로 이연지(31ㆍ사범3단), 김기미(57ㆍ초단 4년), 최영선(39ㆍ1년), 구정애(34ㆍ3개월), 배순형(31ㆍ3개월) 씨 등 여성 검도인들을 만났다. 숨이 차오를 대로 올랐는데 그들의 죽도는 멈출 줄을 모른다. 꽃다운 시절 다 가고 남은 건 축 늘어진 뱃살과 얼굴에 깊숙이 박힌 기미들. 낯선 자신의 모습에 의기소침해지고 어린 자식들한테 부끄러웠던 적도 있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일 하나 쯤은 하며 살고 싶었다. 답답한 마음에 길을 걷다 우연히 올려다본 하늘 위로 초당검도관이라는 간판과 함께 큰 구호 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그렇게 검도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구정애 씨는 “힘들어요, 땀나는 것 좀 봐요”라면서 “그래도 살이 쏙쏙 빠지고 있어 검도도 재미있고 살맛나요“라고 말했다. 함께 입문한 배순형씨도 검도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배씨는 “호구를 쓰고 땀을 실컷 흘린 후 호구를 벗을 때 그 시원함은 검도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모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에게 검도는 무엇일까. 그들은 말한다. “검도란 오늘도 잘 살아 낼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라고. 김기미 씨는 “직업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라 자신감도 있어야 하고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많이 부족해 힘든 시간이 많았다”며 “검도를 배운 후 자신감 뿐 만 아니라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선 씨는 “검도는 상대를 이기기만을 위해 하는 운동이 아닌 나 자신을 이기기 위해 하는 운동”이라며 “운동 시작 후 뭐든 두려워 시작도 못해봤던 내가 이젠 도전의 연속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물여섯에 패배로 끝나버린 첫 대회가 포기가 아닌 스승이 되어 사범이 되기까지. 이연지 사범에게 검도는 어떤 존재일까.

이 사범은 “첫 출전한 대회에서 만약 이겼더라면 지금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 같다”며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공존하는 검도는 우리 인생의 축소판이자 내가 평생 안고 가야할 동반자다”고 말했다. 그는 “굴곡진 삶이 앞으로도 계속 되겠지만 결코 외롭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은 오늘도 정면에 걸려 있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가만히 외친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날이 되리라고. 오르막길을 가기위해 내리막길을 가는 것이라고. 그러니 내리막길도 두려워 않겠다고. 빠르게 쌓을 수 있지만 쉽게 무너져버리는 모래 탑 보다는 느리지만 높고 단단하게 쌓을 수 있는 석탑을 세우려는 마음으로 죽도를 움켜쥐는 그들. 또 다른 자신을 모습을 찾아 살아가는 그들의 세상. 그들의 인생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