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심해지는 손 저림
겨울철 심해지는 손 저림
  • 모르쇠
  • 승인 2008.01.31 09:20
  • 호수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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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진 광양한의원 원장
겨울만 되면 유난히 손이 저리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봄여름에는 그다지 심하지 않다가 겨울만 되면 저림이 심해진다고 합니다. 손 저림은 손끝까지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혈관이 수축되기 쉬운 겨울에 더욱 심해지기 마련입니다.
 
보통 혈액순환을 개선해 주는 약을 먹으면 호전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 저림이 일어나는 원인은 혈액순환의 문제보다 신경흐름의 이상에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따라서 혈액순환개선제보다는 신경의 문제를 치료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일시적인 손 저림은 스트레스나 과로 등으로 혈관이 수축하거나 노폐물이 축적되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성적인 손 저림은 우리 몸 속 신경기능의 문제를 암시하는 것으로 실제 신경의 문제인지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추신경이나 말초신경에 장애가 있게 되면 신경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저림증이 나타나며 이차적으로 근육수축이나 혈액흐름의 제한이 일어나게 됩니다. 예컨대, ‘일과성뇌허혈’이나 ‘뇌경색’ 등 중추신경에 병변이 있거나, ‘경추간판탈출증’, '수근관증후군’ 등의 말초신경의 문제는 손 저림을 유발하는 대표적 질환들입니다. 오랜 기간 당뇨병을 앓거나 ‘갑상선기능저하증’, ‘동맥경화증’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손 저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의원을 찾는 손발 저림 환자들 중에는 ‘수근관증후군’으로 의심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근관증후군은 손목을 싸고 있는 인대(횡인대)가 그 속으로 지나가는 신경을 압박하여 생기는 질환으로, 손가락과 손바닥의 저리거나 멍멍한 느낌이 주 증상이며, 손을 많이 쓰면 심해지고 손을 흔들거나 털면 잠시 증상이 좋아지는데 특히 밤에 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손목을 안쪽으로 90도로 구부려서 양쪽 손등이 마주 붙도록 했을 때, 1분 내에 손바닥과 손가락에 저림 증상과 통증이 느껴진다면 수근관증후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수근관증후군의 한방치료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방치료로 소기의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치료방법은 비교적 간단한 편입니다. 약 6cm 정도 되는 침으로 손바닥 쪽 손목으로부터 2cm 정도 되는 윗부분에서 침을 비스듬히 가운데 손가락을 향해 꽂습니다. 신경자극이 일어나므로 환자의 통증에 따라 자극을 조절하게 됩니다.
 
그리고 뒤 목을 따라 7번째 경추 아래의 혈인 ‘대추혈(大椎穴)’과 주위의 혈을 자극하며, 때로는 양 측 목 줄기에 있는 ‘사각근’이라는 근육에 침을 놓아 경완신경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보통 2-3회 치료로 호전이 되나 오래된 경우는 말초신경흐름을 도와주는 ‘개결서경탕’ 등을 복용함으로서 치료효과를 배가합니다.

 치료효과는 분명하지만, 수근관증후군을 앓는 분들의 공통점이 손을 많이 쓴다는 점에서, 호전된 후에 손을 과하게 쓰면서 재발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완전히 좋아지기 전까지는 손을 무리하게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 가지 일을 지속할 때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일을 하더라도 쉬거나 바꿔가면서 하는 게 좋습니다. 대개, 정전가위질을 한다든지, 굴을 깐다든지, 혹은 뜨개질을 한다든지 하는 사람에게서 잘 발생합니다.   
  
 증세가 심한 경우라면 수술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수술은 횡인대를 부분 절개하여 신경압박을 줄여주는 것으로 비교적 간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인대는 손목을 보호하는 조직으로 될 수 있으면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좋으므로 수술까지 가는 일이 없도록 무리하게 손을 쓰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