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의 교육
시골에서의 교육
  • 태인
  • 승인 2008.03.06 09:32
  • 호수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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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겐  초등학교 5학년인 사내아이 동하와 다섯 살 된 딸 하진이가 있다.
동하는 도회지에 생활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딸아이는 이웃집 언니를 유난히 잘 따랐다.
좋은 친구와 좋은 이웃이 아이들에겐 큰 힘이 되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시골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바로 아이들 문제였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유달라서 그들과 떨어져 지내는 일이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도회지에서 자라던 아이들이 문화가 다른  시골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 남들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도시로 가고 해외로 가는데 어찌 반대로 시골로 가는지 통 알 수가 없다며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현실적으로 아이의 학업만을 생각한다면 도회지가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래에 커나갈 한 아이의 인생에서 학교 교육만이 절대적일 것인가? 비록 학업면에서 좀 뒤처지더라도 인성과 감성을 풍부하게 키울 수 있다면 그것이 앞으로 아이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현실을 고려하지않은 다분히 이상적인 생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교육이란 부모가 얼마나 참고 길게 볼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초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산속에서 밝게 잘 자라고 있다.

아침이면 일어나 푸른 산을 바라보고 큰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냇가의 물소리를 듣는다. 그런 다음 마을 입구까지 걸어가면 노란 통학버스가 기다린다. 마을에 있는 아이들이라야 고작 4 명이 전부이다. 그 아이들도 버스 시간에 맞추어 마을 골목길에서 천천히 걸어나온다. 작은 그림처럼 이어지는 시골의 아침풍경이다.

한 번은 학교에서 끝난 동하가 기겁을 하며 달려와 학교 다니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사연인즉 도로변으로 걸어가면 개구리의 사체가 너무 많고 논둑길로 가면 살아있는 개구리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개구리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놀라운 일인지 아느냐고 따지듯 말하곤 했다.
 
지금도 가끔 도대체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너무 고민스럽다고 말하곤 한다. 논둑길로 한가로이 걸어가면서 길 옆으로 이어지는 시냇가를 바라보기도하고 커다란 팽나무가 있는 이모집을 지나가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든 맑은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또한 건너편 높은 산을 바라보며 통학하는 것이 사방이 벽으로 막혀있는 도회지 골목 사이를 걸어다니는 것보다야 훨씬 교육적이고 아름답지 아니한가 !
 
시골이라서 병원이 멀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이 아이들은 아픈 곳도 별로 없다.
특히 딸아이는 아토피성 피부로  별로 좋지않았는데 이곳에 와서는 말끔히 나았다.
자연이 우리에게 말없이 베풀어 주는 고마운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백운산에서 타고 내려오는 맑은 공기와 맑은 물이 아이들에게는 싱싱한 자양분이 되고있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자연에 적응해가고 있고 어른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과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무조건 방임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잦은 간섭과 제약은 가급적 하지않으려한다.
동하는 처음에는 두고 온 친구가 보고 싶어서 혼자 서울로 갔다오곤 했지만 지금은 좀 뜸해진 상태다. 인터넷 덕택에 아이들은 도시와 시골의 개념도 많이 좁혀졌고 전화나 게임으로 수시로 만나고있다. 통학 버스를 타고 길거리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일이나 계절따라 변하는 산과 들판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이 인간에게주는 혜택을 흠뻑 누리리라 생각한다.

처음엔 학교의 크기도 작고 외형도 보잘 것 없어 보여 매우 실망해하는 것 같았다. 전교생이 50 명이 채 안되는 규모의 미니학교를 봉달이학교(봉강초등학교)라며 집을 찾아온 친구들에게 웃으면서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후 하루는 활기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광양시에서 축구대회가 열리는데 학생 숫자가 적어 남학생 전체가 축구선수가 되어 시합에 나가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방과후엔 모두가 모여 축구연습을 하는데 학교의 형들이 모두 동하야 ! 하고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었다. 형들이 자기의 이름을 알고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이름을 불러주어서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도회지에선 결코 느껴보지 못했던 따뜻함을 그들에게서 느꼈던 모양이다. 차츰 차츰 도시와 시골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대응해나가는 모습이 가끔은 대견스럽다. 물론 마을에 친구들이 별로 없어 심심해하기도하지만 동생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오늘도 아이들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함께 산으로 들판으로 냇가로 힘차게 달린다. 때론 얇은 옷에 찬바람을 너무 많이 맞아 걱정스럽기도하지만 아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않고 씩씩하게 잘 자란다. 아이들을 어떤 식으로 키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연의 우산 아래에서 호흡을 하다보면 그의 감성과 심성이 자연을 닮아갈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공부한다는 것도 점차 고학년으로 바뀌어가다보면 스스로 느끼고 깨우치며 마음자세를 바로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모든 것을 자연의 논리로 생각을 해보면 큰 무리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도 강요받지 않고 필요에 의해 스스로 해결하려는 생각 ! 그것이 아이들이 바로 성장할 수 있는 학습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