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에는 한약을 쓸 수 없는가?
당뇨에는 한약을 쓸 수 없는가?
  • 백건
  • 승인 2007.02.15 09:42
  • 호수 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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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당뇨를 앓고 있는 분들로부터 자기는 절대로 한약을 먹을 수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한약을 먹으면 당뇨가 심해지고 합병증이 빨리 오기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오해가 만들어진 이유를 추측해보면 일면 수긍할 만한 점도 있습니다만 대체로 한약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한약은 대부분 천연상태의 식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영양분 즉 칼로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양분은 음식물처럼 체내에서 에너지원인 포도당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당뇨환자에게서 혈당이 오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한약을 복용 후 일시적으로 혈당이 상승하는 것은 맞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이는 적절한 식이요법에 따른 칼로리에 비해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며 당뇨병을 악화시키는 일은 없습니다.

혈당강하제를 복용하면서 적절한 농도의 혈당을 유지하는데 한약 복용으로 문제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약 중에 칼로리가 높은 약물도 많이 있지만 이러한 약물은 당뇨환자에게 투여되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혈당이 오르기 때문에 한약을 먹지 말라고 한다면 식사를 하지 말라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리고 한약처방 중에 ‘약방의 감초’라 하여 널리 쓰이는 감초에 대한 현대의학의 오해가 있습니다.

현대의학의 감초에 대한 잣대가 지나치게 정량적이어서, 정량화하는데 지금의 과학으로는 아직 불완전함에도 그대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인간을 정의할 때 싸우는 모습을 보고 인간은 폭력적이다라고 일반화해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것과 같습니다.

감초가 가지고 있는 스테로이드 성분은 양약으로 쓰이는 스테로이드와 구조가 비슷할 뿐 같은 것은 아니며 양약처럼 체내에 축적되지 않습니다. 또한 감초의 스테로이드 성분이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인정한다 해도 적어도 하루 8그람 이상을 몇 달 꾸준히 써야 일어납니다.

그러나 한약에 쓰이는 감초의 양은 많아도 하루 2그람이 되지 않으며 오래도록 쓰는 경우도 별로 없습니다. 양약 스테로이드는 당뇨병환자에게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약하면 감초가 생각나고 감초의 스테로이드 때문에 당뇨에 해롭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한의사 또한 당뇨환자가 무턱대고 한약을 남용하거나 심지어 조약이라고 하는 약초를 아무 주의 없이 복용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한약을 투여할 때 약재 선택에 신중을 가해야 하기 때문에 한약은 반드시 한의사에게 투여 받기를 바랍니다.

 당뇨병으로 인한 신장질환은 아주 사망률이 높은 합병증으로 이런 경우라면 혈당조절이 더욱 엄격히 요구되는 상황으로 한약 선택에 제한을 받습니다.

실제 임상에서 이 같은 상황이라면 한약을 투여 받는 경우는 없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이 이유만으로 당뇨병이 있는 어떤 상황에서도 한약을 복용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합병증이 아직 없거나 있더라도 경미한 상황에서 한약으로 볼 수 있는 이득을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한약재 중에서 이 같은 질환에도 효과적인 한약물이 많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실제 미국 쪽에서는 ‘제당환’ 같은 한약으로 만들어진 당뇨병 치료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약재 중에는 ‘둥글레’나 ‘계피’, ‘마’ 등과 같은 혈당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는 약재들도 있습니다. 처방 중에는 ‘청심연자음’ 과 ‘오령산’ 등이 혈당을 내려주는 효과가 입증되었으며, 적절한 변증을 통해 ‘육미지황환’같은 보약계통의 약물도 쓰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뇨에 절대 한약을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적절한 혈당을 유지하면서 당뇨로 인한 합병증이나 병발증에 한약을 효과적으로 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