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주제만 거창한 ‘공무원 해외연수’
광양시, 주제만 거창한 ‘공무원 해외연수’
  • 지정운
  • 승인 2013.01.21 10:21
  • 호수 49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진지 벤치마킹 ‘허울’… 사실상 관광에 인사 앞둔 해외 연수…업무 연속성 ‘논란’

선진지 벤치마킹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공무원 해외연수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소속 공무원들의 직무능력 향상과 사기 진작을 위해 광양시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해외 선진지 연수가 업무와 동떨어진 여행 일정 등으로 인해 예산낭비는 물론 관광성 외유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각각 다른 주제를 가지고 해외연수를 가는 연수팀이 같은 여행사, 같은 코스로 일정을 진행하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광양시는 외국의 선진 우수사례를 시정에 접목하고 벤치마킹하기 위해 30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매년 공무원들에게 해외여행을 지원하고 있다.

2012년에는 2개 팀 12명에 2040만 원을 지원했고 나머지 절반의 비용은 공무원들이 부담토록 했다. 올해에는 3개 팀 16명 명이 연수를 진행 중이다.

이번 해외 연수에 대한 지적의 핵심은 연수 주제와 방문지역ㆍ연수 참가자와의 직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것과 인사를 앞두고 진행됐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말에 실시한 ‘보행자ㆍ차도 공존도로와 자전거 도로에 대한 설치방법조사 등에 관한 조사’ 연수에는 상수도 사업소직원, 지역경제과직원이 관광진흥과 자전거 정책팀 직원들을 제치고 네덜란드를 다녀와 배경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또 ‘선진환경ㆍ생태사례연수’팀과 ‘반부패ㆍ청렴’팀 처럼 연수 주제가 다른 데도 같은 코스와 일정을 공유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이들은 지난 14일부터 9일동안 유럽의 영국과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를 여행한다.

비슷한 주제의 연수가 거듭해 진행된 사례도 있는데, ‘환경ㆍ생태 사례’연수와 ‘빗물 저장시설 및 생태하천 복원 정책 개선사례 조사’연수가 이에 해당한다.

이번 해외 여행이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진행된 것도 논란거리다.

광양시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 규정 제11조 3항에는 ‘현재의 담당업무가 여행목적에 적합하고 귀국 후 상당한 기간 해당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선발하여야 한다’라고 되어있어, 이번에 연수에 참석한 직원들은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에서 제외되어야 할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광양시 소속 공무원은 “연수는 가기 위한 명목일 뿐 실제로 친한 사람들의 모임이나 같은 부서 단합대회 성격이 강하고, 가고 싶어도 업무 성격상 눈치 보여서 못가는 직원이 많다”며 “공무상 벤치마킹과 배낭여행지원에 대해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들도 “공무를 위한 연수라면 100% 지원하는 게 맞다”며 “후생차원의 개인여행 보조라면서 일부를 지원하고 선진지 연수라는 명칭을 갖다 붙이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말과 올 연초에 각각 3000만 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올해 말 추경을 통해 다시 해외연수 예산을 편성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번 해외연수 논란이 불거지며 추가 예산 편성은 어려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