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종부세인가
누구를 위한 종부세인가
  • 한관호
  • 승인 2008.10.09 09:24
  • 호수 2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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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의자, 주변에서 듣는 필자에 대한 핀잔이다.
하지만 자아는 우리나라 국민 80%에 속하는 보편적인 사람으로 특별한 재주가 없어 부자도 유명인도 아닌 그럭저럭 사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국고를 축내거나 4대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누구나처럼 그냥 세끼 밥 먹으며 산다.

이상주의자라면 보통 현실을 도외시 하여 직업도 없이 무의도식하며 말만 많은 사람이란 편견이 있어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는 지역신문에서 10년 일한 경력을 우려 먹느라 대전에 있는 바른지역언론연대에서 일을 하며 주말이면 가족이 있는 남해를 오가는 고단한 현실에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

이처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인지라 주변의 이런 평가가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아마도 가치관의 차이에 따른 사회인식의 다름에서 오는 것이지 싶어 도리 없이 받아들인다.  
며칠 전에도 친구와 술 한 잔 하다 결국 이상주의자란 말을 듣고 말았다.
소위 한국의 주류들이 산다는 강남 하고도 대치동에 집이 있는 친구와 남해에서 오랜만에 해후했다. 저녁을 먹고는 맥주 한잔을 더 하다 사단이 났다.

연예인 자살, 이명박 정부 등 최근 뉴스에 대해 이러저런 담소 중에 불거진 종부세가 발단이 됐다. 평소 친구들에게 술 인심 넉넉하고 술자리에서 나오기 마련인 사람 험담도 잘 안하는 이가 종부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역정부터 냈다. 친구 왈 ‘평생 쎄가 빠지게 벌어 큰 집 하나 마련한 게 죄냐’며 노무현에게 맺친 게 많다고 했다. 밥에 술까지 산 친구, 그러냐며 맞장구를 치거나 그냥 넘어갔으면 좋았으련만 성질 머리 꼬질꼬질한 신문쟁이 출신 아니랄까봐 이의 있습니다 하고 말았다.

세금이 가진 성격이 무엇이며 종부세의 합리성은 어떠하다며 잘난 체 했다. 그러면서 좀 많이 가진 사람이 세금 조금 더 내면 때 꺼리도 없는 사람들, 노동력이 부실해 자활하기 어려운 장애인들, 노인들, 그런 사람들이 그나마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또 흔한 예로 자네가 내는 종부세가 결국은 시골 사는 자네 모친 교통비로 지급되니 부모에게 용돈 드리는 것과 진배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종부세는 땅이 투기의 대상이 되고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이 발생하는 것을 제어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때 만들었다. 종부세는 주택 6억원 이상이나 3억원 이상의 토지 소유자에게 매기는 세금이다. 그 대상자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서울, 경기가 86%를 차지하며 강남, 서초는 4명당 1명 꼴로 종부세를 낸다. 그리고 국세청에서 거둬들여 전국 지자체로 내려 보낸다.

이를 교부세로 받은 지자체는 주로 노인, 저소득층, 장애인 등을 지원하는 복지사업과 방과 후 학교 같은 교육 사업에 쓴다.
다시 말해 형편이 좀 나은 서울과 경기 사람들이 자신의 것을 조금 나눠주면 생활이 열악한 시골 사는 사람들이 혜택을 입게 된다. 그런데 정부안대로 종부세를 완화하면 당장 내년부터 인근 남해군의 경우 100억여원의 교부금이 줄어든다.
더구나 국세 2조원이 줄어드는데도 정부는 이를 대체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국 1,855만 세대 중 2%에 해당하는 38만 세대에 부과되는 종부세, 결국 2%의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기 위해 98%의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내야하는 우려스런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이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확인됐다. 야당 의원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민의 80%가 반대하는데도 종부세를 완화해야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강 장관의 답변은 “1%가 내는 세금을 왜 80%에게 묻느냐. 여론조사 자체가 의미가 없다”이다. 나라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의 인식이 이러니 할 말이 없다.
그날 우리의 대화는 평행선을 달렸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말하는 내게 그 친구는 염려스런 얼굴로 충고했다. 종부세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질투해서 생긴 부산물이라며 한국 사회의 이런 현상이 염려스럽다고. 강만수 장관은 이를 두고 ‘질투의 경제학이라고 했던가.

이명박 정부 들어 모든 게 거꾸로다. 강부자 내각을 구성하더니 경제는 부자 감싸기, 문화는 언론장악, 복지는 소외계층 소외이다. 그런 한편으로 그린벨트를 풀고 언론사 방송권 허용, 기업규제 완화 등 끊임없이 일부 강자들을 위한 정책만 우선적으로 양산되고 있다. 
이념을 배제하고 실용으로 나라를 튼실히 하겠다던 대통령, 그 실용주의 정책에서 노동자, 서민이 보이지 않는다.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내 주인이라던 세종대왕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