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다…”
“신은 죽었다…”
  • 하조나라 김세광, 복향옥
  • 승인 2008.10.09 09:25
  • 호수 2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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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죽었다…
문득 니체의 말이 생각났다. 내 마음이 그랬다. 물론 니체처럼 어떤 사회적 배경이나 이념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순무식하게 들어온, 순간적인 감정적 표현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내 마음의 신,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였을 것이다. 적어도 그때, 그 순간만큼은 그랬다.
신은 공평하지 못하다…라고 생각했었다.

남을 속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저들에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걸 보면, 성실하고 진실하게 살고자 발버둥 치는데 아픔이 오는 걸 보면, 법은 물론 이웃사람들의 손가락질도 외면한 채로 사는 저들이 ‘너무도’ 잘 살고 있는 걸 보면(징역살이는 하면 그만이라는 게 저들의 이론이니까 법이 사람보다 간단한 것일 게다)…
저들의 습성을 잘 아는 사람들 말이, 저들은 더 하면 더하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란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저토록 지독하게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형제간의 우애나 이웃 간의 친목이나 친구간의 의리도 결정적인 순간(이익의 목전)이 오면 쉽게 버려지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분명 안돼야 맞는데 더 잘 살고 있다. 두고봐라. 내년에도 여전히 잘 살고 있을테니. 당신들을 물로 본 것이다" 하던 어떤 이의 발언은, 광양 땅에 발을 디디고 제2의 고향을 꿈꾸는 내 의욕에 치명타가 되기도 했었다.

기도가 되지 않았다.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저들을 용서해 달라는, 저들을 불쌍히 여겨달라는 따위의 기도는 순전히 가식이었다.  하나님 앞에서조차 우아한 척, 너그러운 척 하는 것 같아 그만 두었다. 저들을 용서하시지 말라는 기도 또한 하기 싫었다.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그저, 내 마음에서 미움을 거둬 가 달라고 애원하는 게 가장 솔직한 기도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허무할 따름이었다. 밤이면 기도 하면서 마음을 정돈했다가도 아침이면 다시 헝클어지는 머릿속과 마음을,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쉼없이 욕심을 드러내놓느라 뚱땅거리는 소리를 들을라치면 또다시 내마음에 파장이 이는 것이다.  영업장을 팔고 지척에서 다시 영업행위를하는 그들이 이해가 안되고 용서가 안되는 나는 어쩌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이라는 니체의 말을 들추어 내 치졸함을 합리화를 시키고, 그러면서 마음의 죄를 키우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마음의 소용돌이를 부지불식간의 잠재운 글귀가 있었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아주 순종적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온 힘을 다해 거기에 집중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은 바로 그것을 확실하게 당신에게 되돌려 보낸다…끌어당김의 법칙은 ‘원해’나 ‘싫어’에 관여하지 않는다. 당신이 뭔가에 집중하면,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바로 그 대상을 불러들이고 있는 셈이다.”
몇 달 전, 친구가 권해서 구입한 ‘THE SECRET'이라는 책인데 그때는 '하나마나한 소리’들만 나열해놓은 것 같아서 그냥 책장에 꽂아두었었다. 그러다 심란한 요즘에야 눈에 들어온 것이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감정이 있다.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 그리고 우리는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 안다. 좋은 감정이 생기면 기분이 좋아지고, 나쁜 감정이 생기면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우울, 분노, 원한, 죄책감. 이런 감정이 느껴지면 힘이 빠진다. 그것들은 나쁜 감정이므로.”
내 마음의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그간 단순하게 생각했던 ‘마음의 평화’니, ‘행복은 마음에 달려있다’라느니 하는 등의 말이 요즈음은 얼마나 그립고 소중한, 얼마나 간절한 것이 되었는지 모른다.
주위 사람들의 저들에게 향한 손가락질도, 내 편에 서서 하는 위로도 다 부질없음을 안다.
이 가을…마음의 평화는, 행복은 내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너무도 절절하게 깨닫는다.
하나, 둘 지는 낙엽에 내 나쁜 감정을 실어 보내고 좋은 감정만 마음에 담아보리라 다짐해본다. 어린아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