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아무도 없냐? 그리고 사모님
집에 아무도 없냐? 그리고 사모님
  • 광양뉴스
  • 승인 2013.03.11 09:12
  • 호수 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우 한국노총 전남지역 노동상담소장

 

김영우 한국노총 전남지역 노동상담소장
농경시대 우리부모 세대의 아버지들은 집에 들어오시면서 하시는 첫 말씀이 “집에 아무도 없냐”였다. 그럼 집에 있는 자식은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내심 서운한 마음도 있었다. 철이 들어가면서 그 아무 도는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네 어머니의 이름이었다.

그랬다 어머니는 허영청 밝은 달빛아래 새벽을 여는 절구방아를 찧고 낮에는 들녘에 나가 남자들과 동일한 수준의 노동을 하고, 다시 집에 돌아와서는 목이 휘어지도록 많은 양의 빨래를 머리에 이고 추운겨울 맨손으로 시냇가 얼음을 헤치고 굳어버린 손을 호호불면서 한 맺힌 방망이질을 하셨으며, 가마솥 가득 열 식구도 넘는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모자라 다시 새벽까지 베를 짜고 길쌈을 삼았던 그런 철의 여인 “아무도”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어머니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일, 경제, 복지를 아우르는 한가정의 전부였기에 아버지는 자식들보다는 아무도란 이름으로 촌수도 없는 어머니를 먼저 찾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황금알을 낳는 오리 같은 어머니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순간 불안하셨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온몸이 부서지도록 처절한 삶을 사셨던 우리들의 어머니들이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대는 우리나라에 사모님이 그리 많지 않았던 시대였다.

이 사모님들은 아마도 우리시대 어머니의 눈에는 천복을 타고난 천사들로 비쳤을 것이다.

적어도 면사무소, 학교, 정부기관 등에서 노동의 댓 가를(월급)받은 분들만 존경받는 사모님의 대열에 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지금 대한민국에 적어도 1500만 명의 사모님들이 계신다.

사모님의 권한은 농경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권한을 가지고 있다. 핵가족시대 아이들 양육만 제외하면 가히 이 시대는 사모님의 전성기다. 다수는 아니겠지만 아침을 먹고 출근한 남자, 하루 세끼를 꼬박 얻어 먹는 남자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강심장이라고 한다.

또한 휴일 나들이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밖에서 저녁을 해결하지 않고 집에 가서 밥 먹자고 하는 남자는 눈치 없고 사모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30여년 다녔던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하는 일 없이 3개월쯤의 집에서 놀았다면 알아서 집을 나와야 한다는 우스갯말도 있다. 생각해 보면 50여 년 동안 참 많이도 변했다.

그중에 더 큰 변화는 우리아이들의 인성이다. 반세기전만하더라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한 보통의 가족 수는 10여명을 초과한 대가족이 대부분이었으며 별도의 인성교육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무릎에서 자라온 생활환경자체가 인성교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가족 시대에 태어난 청년들의 생활환경은  불행하게도 반세기전의 혜택을 받지 못한 댓가로 중심을 잃고 헤매고 있다.

모든 기업체의 채용면접 기준의 중심은 인성을 50~55%로 보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10%면 된다는 것이다. 이달 초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1년 1만 5500명이 자살을 했다고 한다.

하루 42명씩 생명의 끈을 포기한 것으로 OECD회원국 가운데 8년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고립된 구성원에게 손길을 내미는 공동체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몇 년 전 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전 세계에 근무하고 있는 영국대사 부인들의 재산목록 1위가 약 200여 년 전부터 사용하는 재봉틀이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발전되고 여러 부분에서 우리나라보다 100여년 앞서가는 나라의 여성 재산목록 1위는 재봉틀이 아니라 인성교육에 기초한 영국 여성들의 자존심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너무도 빨리 나, 아니면 가정에서 먹는 것 입는 마저도 남에게 의지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시 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바람이라면 아무나와 사모님이 5:5였으면 한다. 때마침 우리나라도 여성 대통령의 시대가 열렸다.
남자보다 포근하고 섬세한 정치로 모든 국민이 대통령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유희삼매하는 5년의 세월이 되었으면 하는데 환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