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문화재단이 성공하려면
광양문화재단이 성공하려면
  • 이성훈
  • 승인 2013.03.11 09:43
  • 호수 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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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문화재단이 설립될 모양이다. 시에 따르면 조례를 제정하고 창립총회를 개최한 후 올 하반기에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광양은 그동안 광양제철소, 광양항 등 산업도시 이미지가 강해 상대적으로 문화 분야는 취약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광양문화원과 광양예총을 비롯한 문화예술단체의 각종 활동과 지역 예술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화 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늘 다른 지역에 비해 문화 수준이 떨어진다는 오명도 받은 게 사실이다.

광양문화재단이 설립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갈수록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각 지자체별로 문화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광양시만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행정주도에서 벗어나 시민 중심으로 전문적인 문예정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이 형성됐다.
이를 위해 준독립적 문화재단을 설립해 문예정책의 일관성과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문화재단 설립의 배경이다. 

광양문화재단이 설립되기 위해서는 전문가,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준비해야 할 것이 수없이 많다. 무엇보다 문화재단을 운영하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시는 올해 재단을 설립하면 2022년까지 50억원을 적립한다는 목표다. 말이 50억이지 결코 쉽지 않은 금액이다.

광양에는 현재 백운장학회와 사랑나눔복지재단이 있다. 기업을 비롯한 각계각층과 시민들이 지역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꾸준히 성금을 기탁하고 있다. 두 재단 모두 좋은 일을 하자는 취지에서 기업과 시민들이 선뜻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단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성과가 금방 나타나는 분야가 아닐뿐더러 교육, 복지와는 또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문화재단의 재원 마련은 결국 기업이 얼마만큼 참여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이성웅 시장은 민선 5기를 출범하면서 핵심 사업으로 문화예술진흥과 연계한 메세나 운동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메세나 운동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재단을 설립해 기업들에게 요청한다면 기업들도 쉽게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시에서 요청하면 기업들도 마지못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으로 갈 경우 문화재단은 자칫 기업들에게 부담을 주는 단체로 낙인 찍힐 수있다.

박노신 의원은 이번 문화재단 설립 간담회에서 이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문화재단이 기업들에게 준조세 성격으로 다가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시는 재단을 설립하기 전에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메세나 운동의 개념에 대해 충분히 알리고 광양시 문화 현실, 재단 설립 취지에 대해 적극 홍보해야 한다.

설립한 후 재원마련을 위해 허둥대는 것은 늦다. 시는 앞으로 시민 토론회를 비롯해 전문가 간담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재단 설립을 급하게 서두르기 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각계 각층의 여론을 수렴하고 신중한 자세로 충분히 준비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