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의 환상
고용률 70%의 환상
  • 광양뉴스
  • 승인 2013.12.23 09:07
  • 호수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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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남지역상담소장
글로벌 산업 환경의 변화는 전통적인 형태의 일자리가 대량으로 발생했던 시대를 종식시키면서 고용 없는 성장으로 고착화 되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대통령 공약이라며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133개나 되는 실천과제도 내놓았다. 핵심내용은 2017년까지 매년 47만개씩 5년 임기동안 총 23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고용률 70달성을 위한 1순위 정책이 ‘양질의 시간 선택제 일자리’란 것이다. 희생양의 1순위는 공무원, 교사, 공공기관이 되고 사기업까지 강제하는 모양새다. 정부기관은 구체적 지침이 하달되었으며, 10대 그룹은 발 빠르게 지난달 26일 코엑스에서, 지난 10일 부산에서 채용박람회를 개최하고 삼성그룹에서만 6000개의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였다.

한사람이 8시간 일할 것을 4시간씩 쪼개서 두 사람이 하면 일자리는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일자리의 수도 늘리고 그 질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정책인데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일과여유를 한방에 얻는 것인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듣기 좋은 말로 ‘양질의 시간 선택제 일자리’이지 일자리 쪼개기 일뿐이다.

여기에서 임금이나 복리후생에 있어 정규직과 차별이 없게 하겠다고 하지만 이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교직사회만 예를 들어도 정교사가 있고 기간제 교사, 시간강사가 있으며, 일반 행정 쪽은 비정규직이 있는데 여기에 시간 선택제 교사가 채워지게 되면 차별은 고사하고 혼란만 가중될게 뻔하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의 장시간노동 관행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첫째, 제도적 측면에서 광범위한 법정 노동시간의 사각지대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둘째, 기업의 무한이윤 확보를 위해 노무비 절감에 따른 인력규모의 최소화를 추구하고, 마지막으로 잔업, 특근에 맞춰진 불안정적(저임금) 임금 체계극복을 위하여 노동자는 휴식·휴가보다 장시간 일해야 생활할 수 있다는 노동문화가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 예로 전임 노동부장관이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의 법정노동시간 준수로 고용창출을 위해 수차례 현장을 방문하여 제도개선을 주문했지만 노사의 밥그릇 싸움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노사 모두가 법정노동시간을 묵시적으로 위반하면서까지 연장근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정노동시간으로 생활임금이 해결된다면 어느 노동자가 일을 더하고 싶겠는가? 2013년 노동부 근로시간 감독결과 제조업 2곳 중 1곳은 주야 맞교대며, 기업체의 86.6%가 연장근로한도 위반으로 조사되었다.

광양의 경우 항운노조의 임금을 고 임금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12시간 맞교대에 연장수당, 심야, 휴일수당을 계산하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결국 전국산업현장 어느 곳 하나 제정 60년이 되는 근로기준법(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 생활임금을 해결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법정근로시간을 어기고, 연장근로수당을 주면서 까지 채용을 기피한 기업의 애로가 무엇인지도 살펴야할 내용일 것이다. 대통령 공약만 앞세워 고용률 70%를 강행한다면 비정규직 직군보다 못한 아르바이트와 같은 제3의 질 나쁜 기간제 고용으로 전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기적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성숙된 노사정 문화를 가지고 있는 유럽각국들도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얼마 전 여성구직자 84%가 시간제일자리를 선호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으며, 반대로 전일제 일자리에 있는 여성 500명에게 시간제 일자리로의 이직의사를 물었더니 33.0%만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정부 상위 5대 공공기관 시간 선택제 일자리종사자 근로여건을 조사한 결과 노동자 4080명 가운데 99.1%가 비정규직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마당에 정부는 대통령 공약 고용률 70% 환상보다 무용지물이 된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부터 바로 잡는 게 우선이다. 시간제 노동자 37%를 자랑한 네덜란드는 근로시간조정법, 평등대우법 등을 제정해 전일제 노동자와 똑같은 대우를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고용정책의 우선과제가 되지 않고, 장시간노동, 저임금, 불안정, 불평등으로 얼룩져있는 현실에서 또 다시 반년짜리 임시직에 불과한 시간 선택제는 오히려 사회 불안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