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비 냈는데, 뭘 또 사서 보내라고?”
“재료비 냈는데, 뭘 또 사서 보내라고?”
  • 이혜선
  • 승인 2014.03.10 09:23
  • 호수 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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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 어린이집 준비물 이중지출에 부담 커져, 어린이집 … 재료비 5만원으로 1년치 준비 다 못해

새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새 학기가 되면 어린이집을 보내는 부모들의 맘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진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어린이집에서 요구하는 준비물들을 챙기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A4용지 500매, 색종이 500장, 물티슈 3개, 곽티슈 3개, 치약 3개, 두루마리티슈 3개, 지퍼백 사이즈별로 한통 씩, 크레파스, 네임펜, 사인펜 등등. 챙길 종류도 많고 그 수량도 만만치 않다.

해마다 준비물을 챙겨야하는 부모들은 의문점이 생긴다. 재료비를 냈는데 또 준비물을 준비해야하는 것이다.

2014 전남 보육료 수납한도액 등 결정 내역을 살펴보면 개인별 재료구입 비용은 최대 5만원으로 한정돼 있다.

어린이집은 5만원 한도 내에서 재료비를 받을 수 있다. 이 내용대로라면 부모는 재료비를 냈을 경우 개인 위생용품을 제외한 준비물을 따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이집들은 재료비를 걷고 개인 위생물품 외 학용품 및 소모품을 따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육아 커뮤니티에는 새 학기가 되면 자신이 보내고 있는 어린이집 준비물에 대한 비교문의 글이 자주 올라온다.

“재료비 5만원을 내고 칫솔만 보냈다”

“우리는 재료비 5만원 내고 색연필, 사인펜, 네임펜, 크레파스, 색종이 다 보냈는데 물어보면 내 아이 책잡힐까 속으로만 앓고 있다”

“만2세 아인데 A4 용지 500장을 보내라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타난다. 어린이집마다준비물에 대한 정책도 천차만별이다.

중동에 거주하는 A씨는 “재료비를 걷으면서 왜 또 학용품을 요구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두루마리 휴지 10개, 곽티슈, 물티슈, 딱풀, 쓰레기봉투, A4용지 500장, 색종이 500매 등을 내 아이가 1년 동안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사무용 소모품을 충당을 위해 부모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 같다”며 “학부모가 약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아예 재료비를 받지 않고 부모들에게 준비물을 모두 요구하는 어린이집도 있다.

B 어린이집 원장은 도교육청이 제시한 재료비 5만원은 현실성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이 1년 동안 사용하는 크레파스, 지점토, 스케치북 같은 물품들을 재료비 5만원으로는 충당할 수가 없다”며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B원장은 “재료비는 유아들의 공동물품을 구매하는 것에 사용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학습준비물을 공동물품으로 볼 것인지 개인 물품으로 볼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 원장 개인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도 있다”며 “이 같은 논란이 없어지려면 현실을 반영한 명확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사용 물품의 많고 적음에 차이가 있어 일괄적으로 걷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그런 부분은 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서미의 아동보육팀 주무관은 “이맘때가 되면 항상 재료비에 대한 문의 전화가 늘어난다”며 “부모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니만큼 어린이집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