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절감하려 방과후학교 신청했더니
사교육비 절감하려 방과후학교 신청했더니
  • 이혜선
  • 승인 2014.03.17 09:44
  • 호수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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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료보다 ‘재료비’가 더 부담 … 수업의 질 위해서 어쩔 수 없어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실시되고 있는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에 대한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값비싼 재료비를 요구하는 과목들이 많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저렴한 교육비에 이것저것 아이들이 원하는 과목들을 신청했다가 재료비 때문에 과목을 줄이는 일이 부지기수다.

A씨(30, 중동)도 얼마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가 가져온 방과후학교 신청서에 로봇과학과 과학실험, 한자 등 몇 가지를 신청했다가 하나만 수강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월 교육비 3만원 외에 로봇과학은 재료비가 9만8000원, 과학실험은 월 2만1000원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다 들으려니 사교육비 뺨칠 만큼 비용이 과해졌다. 결국 그는 아이가 가장 하고 싶다는 로봇과학을 신청하고 나머지 수업은 포기했다.

방과후학교 수업들은 월평균 3~5만원의 수업료를 요구하고 있다. 과목에 따라 일주일에 한번~5번, 수업 횟수도 다르다. 학교마다 무료 수업도 한두 과목 제공하고 있지만 선착순 마감이다 보니 모두가 무료 수업을 신청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부모들은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일주일에 한두 번, 1~2시간정도 수업을 하고 월 3만원이면 시간당 교육단가가 20일 수업하고 평균 10만 원 정도를 부담하는 초등 단과 학원보다 더 비싸다는 의견도 나온다. 거기다 과목에 따라 발생하는 재료비까지 더하면 훨씬 더 비싸게 느껴진다.

B(37, 용강리)씨는 “작년에 1년 동안 방과후학교 수업을 들었는데 올해는 학원을 보내고 있다”며 “수업의 방식차이도 있고 은근히 따지면 비싼 것 같아 학원을 보내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두가 불만족인 것은 아니다. 저렴한 가격에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때문에  꾸준히 시키고 있는 부모들도 많다.

C씨(40, 광양읍)는 “방과후 미술을 했었는데 일주일에 한번이긴 했지만 지도 교사가 대회 출전 기회도 자주 주고 상도 몇 번 받아오고 그래서 만족스러웠다”며 “방과후학교도 복불복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방과후학교는 학교장이 학교의 여건과 수요자의 요구를 고려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방과후 프로그램도 수요자의 자율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수업이 질이 떨어지거나 비용이 부담스러워 신청자가 없으면 그 수업은 취소가 된다.

때문에 학교 측도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녹록치만은 않다. 학부모와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수업의 질도 높이려면 수업에 따른 재료비 발생은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광양교육지원청(교육장 김기웅)은 방과후학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업무 지원 및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비 지원을 하고 있지만 재료비에 대한 규제는 없는 형편이다.

김환희 방과후학교 담당자는 “수업료 및 재료비를 제한하는 규정이 따로 있지 않다”며 “교육청 차원에서 재료비 상한을 제한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귀남 교육지원과장은 “수업에 따라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재료비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나 그것이 학부모에게 부담을 준다면 안될 것”이라며 “각 학교에 재료비 과다로 학부모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