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대한 예의’
‘역사에 대한 예의’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06.21 09:27
  • 호수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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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민족이나 집단은 희망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역사는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속성을 지닌다. 그만큼 역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소중한 교훈을 준다. 실패한 역사든 성공한 역사든 역사적 진실이 소중한 이유 중의 하나도 따지고 보면 역사의 교훈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과거 실패한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고, 또 성공한 역사를 통해서는 성공에 이르는 효율적인 방안을 참고함으로써 후세의 소중한 교훈이 되기 때문이다. 역사의 현재성도 이런 맥락과 관련을 맺는다.    

올해로 6월 항쟁이 일어난 지 20년이 되었다. 우리의 근현대사가 격동의 세월이었다고 하지만 한국현대사에서 6월 항쟁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평범한 소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역사의 수레바퀴를 제대로 굴러가게 한 기념비적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6월항쟁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혹자는 6월 항쟁의 정치적 귀결이 수동혁명으로 끝났다고 평가하면서 2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수동혁명으로서의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질적으로 더 나빠졌다고 보는 것이다. 계급 간 불평등이 심화되었을 뿐 아니라 기득권 세력의 이익은 더욱 견고해져 사회이동이 더 어렵게 되었다는 점을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다.

반면, 시민운동의 성장에 초점을 두면서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아래로부터의 끊임없는 압력에 의해 불철저한 수동혁명의 결과가 계속적으로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시민사회의 역동성에 보다 주안점을 둔 경우로서 이것이 발판이 되어 사회 각 부문에서 자율성이 강화되었을 뿐 아니라 주권의식이 강해져 다양한 스펙트럼이 공존할 수 있는 선진사회로의 진입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6월 항쟁에 대해서 이렇게 비관 혹은 낙관이 교차하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6월 항쟁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성장과 결부해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6월항쟁은 일명 ‘넥타이부대’라고 부르는 화이트 칼라들이 ‘호헌철폐’ ‘직선제개헌’을 외치며 시위에 동참했던 점들도 우리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확인함으로써 군사정권의 가슴을 써늘하게 했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정점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나 이한열의 죽음과 같은 젊은이들의 값진 희생이 있었다. 6월 항쟁 이후 우리 사회가 온 국민들의 열망을 담아 살기 좋은 민주사회로 얼마나 진전시켰는지를 되짚어 보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사는 결코 지나간 사건이 아니다.
현재와 호흡함은 물론이거니와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는 지표다. 이런 점에서 희망찬 미래사회를 위해서 우리는 오늘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성찰하는 임무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 이다. 동시에 우리의 미래가 희망차고 후손들에게 결코 부끄럽지 않은 상태로 물려주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더욱 공고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본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민주주의가 더욱 성숙해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체계다. 국민의 주권이 더욱 존중되고,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민심이 천심이다”, “국민들이 무섭다”고 되뇌는 정치인들이 있다. 국민을 섬기는 충정에서 나온 표현이라면 다행이지만 표를 의식한 언어적 수사(修辭)라면 유권자인 국민들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말로 국민을 섬기고 봉사할 줄 아는 지도자를 뽑는 것도 결국 국민들의 몫이다. 국민들 역시 지도자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안목과 통찰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다음으로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국민들의 힘을 분열시킬 뿐만 아니라 국력을 약화시키는 사회 각 부문에서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는 방안이다. 성장우선이냐 분배의 차원을 떠나 우리 사회를 좀먹는 암적인 존재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각 부문에서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못지 않게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가속화되는 현상을 막는 실질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더욱 공고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냉전적인 이데올로기 시대가 역사의 뒷장으로 물러나고 확실한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서 남북이 서로 협력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역사의 도도한 흐름이다.

우리 후손들이 더 이상 전쟁이나 핵위협으로부터 불안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확실하게 구축해야 할 역사적 소명을 우리 세대는 부여받았다.
6월항쟁의 참뜻을 계승하는 것도 결국은 우리의 조국을 더욱 더 희망차고 온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를 건설해 나가는데 있다고 본다. 또한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래저래 6월은 새삼 ‘역사에 대한 예의’가 요청되는 시대를 실감하며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