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 교수와 윤동주 시인의 만남
정병욱 교수와 윤동주 시인의 만남
  • 광양뉴스
  • 승인 2014.07.14 09:47
  • 호수 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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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의 대가 정병욱 교수 4
정병욱 교수의 만년(60세)에 유럽 체류 당시.
윤동주와 정병욱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관계가 돈독해져 가는데, 그 중 양가(兩家)는 특별한 유사성(同質性) 몇 가지가있어 열거해 본다.

첫째, 양쪽 집은 세 번 이사했다. 윤동주의 할아버지 윤하현과 아버지 윤영석(북간도 자동⇒명동촌⇒용정)은 이사했다. 그리고 정병욱 할아버지 정상철과 아버지 정남섭(경남 남해군 설천면⇒하동군 금남면 덕천리⇒광양군 진월면 망덕리)은 이사했다.

둘째, 동주와 병욱의 양가 선친은 교직생활을 했다. 셋째, 동주와 병욱의 형제는 양쪽 다 3남 1녀다. 넷째, 동주ㆍ병욱의 선친은 사업을 했다. 다섯째, 동주와 병욱은 진학에 있어 선친의 뜻에 따르지 안했다. 동주 아버지는 의과를 권했고, 병욱 아버지는 상과 또는 법과를 권했으나 두 사람은 문과를 선택했다.

여섯째, 동주 동생인 일주와 병욱 여동생인 덕희가 부부로 맺어짐으로서 인연의 끈은 계속되었다. 윤동주의 동생 윤일주의 아들 윤인석 성균관대학교 교수 어머니 정덕희 여사는 현재 윤 교수가 서울에서 모시고 있다.

병욱이 동래고보(5년제)에 입학한 것은 1934년 4월 이었다. 그는 이때 아름다운 인성이 형성되었고 후에 전공을 시가(詩歌)로 선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때 품었던 꿈을 피우기 위해 아버지가 강권한 진학진로를 변경한 것 같다.

그는 공립보통학고 5학년(1932년) 이후 자취는 한 번도 해본일이 없고 기숙사 또는 하숙집 밥으로 살았노라고 쓰고 있다. 부산 동래지역은 그에게 많은 추억을 남겼고 고향처럼 쌓인 정을 오랫동안 잊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내자도, 며느리도, 사위도 그곳 사람으로 선택한 모양이다.

그곳에서 1939년 3월 동래고보 5년제를 졸업했다. 그리고 건강상 1년간 쉬고 다음해 4월에 연희전문학교(4년제)에 시험으로 합격했다. 당시 연희전문학교 입학은 전형과 시험의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진학진로에 관해 아버지 남섭씨와 병욱의 의견이 상충했고 그 기간도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 내용을 동생인 병완으로부터 형의 연희전문학교 진학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선친은 병욱이 상과계통에 진학하여 자기의 사업을 계승하던지 아니면 법과계통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병욱은 선친의 뜻에 불응하고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진학하자 선친께서 학비 중단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그러나 자당(母親)의 비밀스런 송금으로 학창시절이 이어져 갔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선친인 남섭씨가 사업차 서울에 가서 연희동산에 있는 교수 사택을 방문하기에 이른다. 이 사건은 백형의 딱한 사정을 들은 교수와 병욱형의 합작 연출에 선친께서 출연한 결과인 것이다.

교수사택에 들어선 선친은 우선 서재에 꽉 들어찬 책들(古書)에 기가 죽었고, 교수님들의 한국학에 대한 열정과 선친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언동에 감동되어 백형의 뜻에 따르기로 약속하고 말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교수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그 다음 날 병욱선친께서는 교수님 댁에 초대받은 답으로 교수님을 서울 종로에 있는 명월관(明月館)으로 초대 하였다고 한다.

사업가로 성공한 선친은 그때까지 생각으로 학자란 종시 고리타분한 선비로만 여겨 왔는데, 서재에 쌓아둔 고서와 학문에 열정을 가진 교수의 지성과 인격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또한 그분들이 술자리에서 즐기는 우리의 전통 민속과 고전적인 시가뿐만이 아니라 그 품격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자기는 시골이지만 풍류장에서는 으뜸이라 자부하고 살았는데 한양에서 실제를 경험하고 보니 다시 한 번 심복(心腹)했다고 한다.

그로인해 그는 고향으로 돌아온 후 병욱에게 학비는 물론 충분한 용돈이 그의 호주머니에 들어갔고, 병욱이 방학 때 왔다가 개학을 맞이하여 상경할 때는 언제나 특별히 양조된 청주(淸酒)가 교수님들에게 전달케 하는 정을 베풀었다고 한다.

이런 덕인지 모르지만 병욱은 친구에게 호의를 자주 베풀었고 동생들의 기념품과 서책을 많이 구입해 주었다고 한다.  <다음호에 계속>  /조동래 시인ㆍ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