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 교수와 윤동주 시인의 만남
정병욱 교수와 윤동주 시인의 만남
  • 광양뉴스
  • 승인 2014.07.28 10:08
  • 호수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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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의 대가 정병욱 교수 6

5회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며 같은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방학이 끝나고 하숙집이 누상동에서 북아현동으로 옮겨간 후에도 한방에서 기거했으니 둘은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함께 함은 물론 수업이 끝나면 전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가 고서점가를 뒤지고 새로운 문물에 젖어보기 위한 나들이에 많은 시간을 활용했으며 가끔 영화도 보고 외식도하는 즐거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때 동주에게는 시상(詩想)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으로 추리하고 있다. 왜냐 하면 병욱과 동주가 함께 한 시기인 이때 안정된 생활로 풍부한 시상이 있었고 이때의 2년간에 많은 시를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병욱이 필요한 책을 구입할 때나 방학을 맞아 고향에 가기 위한 동생들의 선물을 구입할 때는 동주의 의사대로 골랐다고 한다. 이런 생활 속에서 서로간의 믿음이 두터웠기 때문에 소중한 시 초고 19편《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를 병욱에게 주었던 것으로 믿어진다. 

동주의 평전에 의하면 이제 동주가 연희전문졸업을 맞이하여 바쁜 생활이 연속되었던 것은 졸업 기념으로 시집 발간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처음 별 헤는 밤을 완성한 다음 그는 자선시집을 77부 한정판으로 출판하기를 계획했었다.

「서시」까지 붙여서 친필로 쓴 원고를 손수 제본한 다음 그 한부를 내게 주면서 시집의 제목이 길어진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처음에는〈서시〉가 되기 전 시집 이름을『병원』으로 붙일까 했다면서 표지에 연필로 병원(病院)이라고 써 넣어주었다. 그 이유는 지금 세상은 온통 환자 투성이 이기 때문이라 했다. 그리고 병원이란 앓는 사람을 고치는 곳이기 때문에 혹시 앓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르지 않겠느냐고 겸손하게 말했던 기억이 새롭다는 회고를 했다.  

본인이 직접 엮은 시고(詩稿)를 출판코자 이양하 영문학교수에게 의사를 타진했더니 이 교수는 출판을 보류하도록 권했다. 원고 중 3편《십자가, 슬픈 족속, 또 다른 고향》이 일본 관헌의 검열에 통과될 수 없을 뿐더러 동주의 신변에 위험이 따를 것이니 때를 기다리자고 했다는 것이다.

시집 출판을 단념한 그는 졸업을 앞두고 발표와 출판의 자유를 빼앗긴 지성인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지만 그는 스스로를 달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송우혜가 쓴 「윤동주 평전」에 의하면 “3백 원만 있으면 출판할 수 있는데……3백 원만 있으면 출판할 수 있는데……”하면서 안타까워하더라는 것이다. 동생인 윤일주의 글에도 이때의 일을 두고 “아버지도 출판해 줄 의향이계셨으나 모든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다.”라는 증언이 있는 것으로 보아 동주는 서울에서 안 되니 용정에서라도 시집을 출판하려고 계속 시도했었지만 결국 여러 가지 여건으로 출판이 좌절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

동주는 전란으로 졸업이 3개월 단축됨에 따라 1941년 12월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가니 부친(尹永錫)은 동주에게 학업을 계속할 것을 제안했고 본인도 승낙했다.
당시의 여건으로 보아 학업의 계속은 유학을 가는 수박에 없었으며 쉬운 방법은 가까운 일본으로 떠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그러니 일본으로 가기위해서는 첫 번째 관문은 승선(乘船)표를 구입해야 되었으며 두 번째는 승선표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개명(改名)이 필수적이었다. 동주는 출국을 위해 개명 신청을 한 다음 승선 증을 신청해 두고 조국에서 마지막 작품인 참회록(懺悔錄)을 쓰게 된 것이다.

운명인가! 그가 서시를 쓴 직후인 1941년 12월 8일 일본군은 이른 새벽 미국령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함으로써 미국과 일본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 땅에 그들은 야욕을 다져가기 위해 교육과 언어를 말살하고자 외국인이 세워 자립으로 운영하던 연희전문학교의 명예교수로 남아있던 원한경(언더우드 2세) 박사와 원일한(언더우드 3세)교수는 전쟁이 일어난 12월 8일 오후 일 경 체포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다급해지자 미국인 선교사와 다른 민간인들과 함께 폐교로 비어있던 감리교 신학교에 연금하는 죄악을 저질렀다. <다음호에 계속> /조동래 시인ㆍ수필가